임기 첫해 750불, 2020년엔 한 푼도 안내
손실 공제로 수년간 소득세 납부 최소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직 4년간 총 110만 달러의 소득세를 냈으나, 재선에 도전했다가 낙선한 2020년에는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FP 통신과 로이터 통신 등은 의회 상·하원 합동 조세위원회가 공개한 트럼프의 세금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21일 이렇게 보도했다.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는 대통령 임기 4년간 해마다 여러 종류의 세금을 납부했으나, 이 중 소득세는 여러 해에 걸쳐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들어온 돈보다 공제액과 손실액이 더 컸다고 신고했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간 트럼프 부부가 신고한 소득은 연도에 따라 편차가 컸으며, 순소득이 적자였다고 신고한 해가 많았다.
트럼프는 자산 매각에 따른 자본이득으로 2018년에 2200만 달러, 2019년에 900만 달러를 신고했다. 다른 수입이나 공제까지 계산에 넣은 트럼프의 2018∼2019년 세금부과 가능 소득은 2년간 총 2800만 달러로 신고됐고, 그는 이에 따라 소득세 110만 달러를 냈다.
그러나 임기 첫 해인 2017년에는 1300만 달러의 소득 적자를 봤다고 신고해 소득세를 750 달러만 냈다. 또 낙선한 2020년에는 500만 달러의 소득 적자를 봤다고 신고하고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부부는 소득세 110만 달러뿐만 아니라 자영업세(self-employment tax)와 가사근로자 고용세(household employment tax)도 납부해야 했으며, 이를 합하면 이들이 트럼프 임기 4년간 낸 총 세금은 300만 달러였다.
트럼프는 선거운동을 벌이던 2015∼2016년에는 총 6500만 달러의 소득 적자를 봤다고 신고했다. 트럼프는 세금 신고서에서 이월결손금공제(net operating loss carry-over)로 2015년 1억500만 달러, 2016년 7300만 달러, 2017년 4500만 달러, 2018년 2300만 달러를 신고해, 각 연도에 납부해야 할 소득세액을 줄였다. 이월결손금공제는 연방 소득세법상의 개념으로, 세금 부과 연도에 손실이 발생하는 동시에 특정 부류의 공제가능 비용이 조세부과대상 수입을 초과하는 경우, 이를 다음 연도로 이월해서 차감해 주는 경우를 가리킨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트럼프의 세금 신고서 자체는 아니고 이를 정리한 자료다. 트럼프가 세무 당국에 제출한 2015∼2020년 세금 신고서 전문은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가 20일 표결로 공개 결정을 내림에 따라 며칠 내에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개에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것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삭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수십년간 미국의 주요 정당 대통령후보들과 현직 대통령들은 예외 없이 세금 신고서를 공개했으나 트럼프는 2015년 출마 선언 당시부터 퇴임 후 지금까지 공개를 계속 거부해 왔다. 그는 공개를 요구하는 민주당 의원들에 맞서서 4년간 법정 다툼을 벌였고 연방대법원까지 갔으나 패소했다. 세입위원회에 따르면 대통령의 세금 신고서는 국세청(IRS)의 매년 세무조사 대상으로 정해져 있으나, 트럼프에 대해서는 2019년 민주당 측이 압박하기 전까지 IRS가 조사를 아예 하지 않았다.
그 후에도 IRS는 대부분의 기간에 단 한 명의 직원만 이 조사에 배정했으며, 트럼프가 세금 신고서에서 공제대상이라고 기입한 사항들 중 일부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 하원 세입위원회는 이 중 9억1600만 달러를 공제해 준 사례의 적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또 일부 위원들은 트럼프의 세금 신고서에 세부사항이 누락돼 있다고 20일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