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한 집값 하락세에 내년 경기도 불안 불안
원하는 집 찾기 어렵고 모기지 이자율도 부담
주택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현재 주택시장은 일부 구조적인 요인과 일부 주기적인 요인이 뒤섞이면서 최근 수년 동안 가장 도전적이고, 비용과 스트레스가 많은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인이나 경제학자, 또는 잠재적 주택 구매자에게 지금 집을 사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애매한 대답이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주택 구입을 미루거나 시장을 관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말하는 주택구입을 기다려야 하는 5가지 이유를 소개한다.
첫째, 요동치는 집값이다. 현재 집값은 매우 오른 상태다. 대도시 지역의 경우 지난 수십 년 동안 신규 주택 건설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면서 매물 부족이 심화돼 왔다. 그럼에도 수개월 전만 해도 주택 구입자들은 역사적으로 평균치의 절반 수준에 해당하는 모기지 이자율 혜택을 통해 주택을 상대적으로 쉽게 장만할 수 있었다. 지난 봄철까지만 해도 셀러가 원하는 가격보다 5만에서 10만 달러를 더 줬거나, 바이어에게 불리한 조항을 없애거나 셀러에게 유리한 조건을 추가로 받아들였다는 이야기가 수도 없이 나왔다. 그 결과, 전국의 중간 주택 가격은 45만5000달러로 치솟았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 애너하임, 호놀룰루와 같은 인기 대도시 지역의 평균 중간 주택 가격은 100만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둘째는 급등하는 모기지 비용이다. 연방준비제도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통화 긴축에 들어갔고 이에 따라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현재 30년 고정 이자율 모기지 상품의 금리는 6%가 훌쩍 넘는다. 2년 전만 해도 모기지 금리는 3% 미만이었다. 차이가 크다. 40만 달러 주택을 20% 다운페이먼트하고 구입한다고 가정할 경우 2년 전에는 월 모기지 페이먼트가 1600달러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2400달러가 됐다. 모기지 융자 기간인 30년 동안 갚아야 할 이자도 15만4000달러에서 42만4000달러로 급등한다. 어떤 가족이 2년 전 50만 달러 주택을 3.2%의 모기지 이자율을 얻어 살 능력이 됐다면 지금은 34만 달러의 주택을 6.5% 수준의 모기지 이자율로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셋째는 재고 부족이다. 현재 주택가격이 하락은 하고 있지만, 예상보다하락폭이 크지 않고 속도도 더디다. 왜일까. 답은 주택시장에 워낙 매물이 없다 보니 가격이 더 내려갈 여지가 그만큼 없어졌다는 데 있다. 매물이 부족하다는 것은 잠재적 주택 구매자 입장에서는 더 큰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원하는 주택을 찾는데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최근 자료인 11월 신규주택 허가 건수를 보면 연율로 134만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 허가 건수보다 11.2% 급감한 것으로, 새 주택을 선택할 기회 또한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말이다.
넷째는 주식시장 하락이다. 올해 주식 시장은 S&P 500이 전년 대비 15% 정도 떨어졌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20% 이상 하락했다. 많은 사람이 주식을 팔아 집 살 돈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식시장이 이렇게 가라앉아 있으면 그만큼 집 사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섯째, 불확실성이 지뢰처럼 곳곳에 묻혀 있다. 블룸버그에서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에 경기수축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60%였다. 비즈니스 싱크탱크인 콘퍼런스 보드는 그 가능성을 96%까지 보고 있다. 설령 경제가 위축되지 않는다 해도 단순한 성장 둔화는 해고 증가, 임금 상승 감소, 소비 지출 감소, 기업 투자 감소를 의미한다. 이런 환경은 많은 사람이 편안하게 주택을 구입할 수 없도록 만든다. 지금 막 일자리를 잃었는데 주택 구입 다운페이먼트로 8만 달러를 지출하거나 곧 더 저렴한 비용이 드는 지역으로 이사할 계획이 있는데 월 2000달러의 모기지 페이먼트에 자신을 가두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상의 요인들을 종합했을 때 지금이 집 사기에 좋은 시기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현금으로 지불할 능력이 있거나 다운페이먼트를 아주 많이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질로의 이코노미스트인 오르페 디바운가이는 “집을 구입할 능력을 갖췄다면 지금은 2년래 최고의 기회”라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주택을 구입하고 페이먼트를 꾸려나갈 능력이 있느냐의 여부에 달렸다”고 말한다.
오늘은 분명 집 사기에 좋은 시점이 아니다. 그렇다고 내일이 더 좋은 시기라는 보장도 없다는 게 지금의 미국 주택시장이다.
김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