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50만·캐나다 100만가구 정전…항공 4천500편 결항·택배 차질
크리스마스 주말을 앞두고 강력한 겨울 폭풍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전역을 강타해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고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 통신, NBC 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 닥친 혹한 여파로 현재까지 최소 9명이 숨졌다.
테네시주 멤피스에서는 한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고 오클라호마주에서 빙판길 교통사고로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켄터키주에서도 교통사고로 2명 숨지고 노숙자 1명이 사망했다. 미주리, 위스콘신에서도 사망자가 보고됐다.
앤디 버시어 켄터키주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제발 집에서 안전하게 머물러달라”고 주민들에게 당부했다.
12월 23일 뉴욕 상공에 폭풍 구름이 뒤덮인 모습. 로이터
미국 인구의 70%에 해당하는 2억4천만 명이 사는 지역에 각종 기상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미 중서부에서 형성된 ‘폭탄 사이클론’이 점차 동진하면서 곳곳에서 이상 한파와 폭설, 강풍 등의 극단적인 날씨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겨울 폭풍이 강타한 뉴욕주 피어몬트의 허드슨 강변에 자동차들이 침수되어 있다. 로이터
폭탄 사이클론은 차가운 북극 기류와 습한 공기가 만나 생성되는 저기압성 폭풍으로 통상 24시간 이내에 기압이 24밀리바 넘게 떨어질 때 나타난다.
NWS는 “캐나다 남쪽 국경에서 남쪽 (멕시코와의 국경인) 리오그란데, 걸프 연안, 플로리다 반도 중부까지, 그리고 태평양 북서부에서 동부 해안까지 겨울 기상 경보가 발효 중”이라고 밝혔다.
12월 22일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눈 쌓인 거리를 한 노숙자가 걷고 있다. 로이터
몬태나주 산악 지방에서는 수은주가 영하 40도까지 떨어졌고, 텍사스와 테네시 등 남부 주에서도 기온이 0도 아래로 내려갔다. 이로 인해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미국행을 기다리며 천막 생활을 하는 이민자들도 추위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시간·펜실베이니아·뉴욕주 등 중부와 동부 지역에서는 폭설이 내리고 있다. 뉴욕주 북서부 버펄로는 89㎝의 눈이 내려 자동차 운행 금지령이 내려졌다.
이날 오후 현재 미국에서는 150만 가구가 정전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만 18만7천 가구가 정전됐고, 인구가 적은 메인주도 11만4천 가구가 정전 피해를 겪고 있다.
12월 23일 매사추세츠주 글로스터에서 겨울 폭풍으로 침수된 거리를 한 운전자가 지나고 있다. 로이터
폭설과 강풍, 결빙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항공기 결항도 속출했다.
항공 정보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45분 현재 미국에서 모두 4천500편 이상의 국내선과 국제선이 취소됐다. 전날 2천688편을 합쳐 크리스마스 직전 이틀간 7천 편이 넘게 결항된 것이다.
이날 시애틀 일대 공항들에서만 절반에 가까운 500편 이상이 운항을 취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카고의 미드웨이 국제공항에는 폭탄 사이클론으로 항공편이 줄줄이 취소됐다. 로이터.
악천후로 인해 물류 기지가 폐쇄되고 도로가 통제되면서 택배도 차질을 빚고 있다.
페덱스, UPS 등 미국 주요 물류 업체들은 테네시, 인디애나, 켄터키, 일리노이, 다코타를 포함한 피해 지역에 물류를 배송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12월 22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제너럴 미첼 국제공항으로 한파 전선이 이동한 후 작업자들이 항공기에서 얼음을 제거하고 있다. 로이터.
페덱스는 테네시주 멤피스 물류 기지가 폐쇄돼 수백만 건의 크리스마스 선물 배달이 지연될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한 배송 분석업체에 따르면 항공망 마비와 도로 폐쇄 등으로 23∼24일 배송 예정이었던 택배 약 7천500만 개 중 10∼15%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 통신에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