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각종 논란과 사법 리스크 등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공화당 내 예비 대선 후보들의 물밑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당내 강력한 라이벌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최근 전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구글과 페이스북 광고를 재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 보도했다.
이번 광고는 주 의회의 새 회기를 앞두고 진행되는 것이다.
새 주 의회에서는 공화당이 절대다수 지위를 확보하면서 디샌티스 주지사가 낙태, 개인정보, 총기 휴대권 등에서 보수적 이슈를 더 주도할 힘을 갖게 됐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현재 플로리다주는 임신 15주부터 낙태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는 보수적인 다른 공화당 지역보다 느슨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낙태 금지에 대한 추가적인 강화 조치가 있을 수 있다.
이와 관련, 그는 이달 초 이른바 ‘심장박동 법안’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장박동 법안은 태아의 심장 소리가 들리는 6주 이후로는 낙태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디샌티스 주지사의 주의회를 통한 입법 드라이브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하기 위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독단적으로 일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의회 및 공화당 조직 등과 협력해서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플로리다에서 활동하는 한 공화당 전략가는 이날 의회 전문매체 더힐에 “전반적인 차별화 메시지는 트럼프가 자신을 위해 출마한 반면 디샌티스는 유권자를 위해 출마했고 효율적인 정부 운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리틀 트럼프’로 불려온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른바 동성애 교육 금지법을 시행하고 불법 이주민 수십 명을 민주당 텃밭으로 보내면서 바이든 정부의 국경 정책에 항의하는 등 강경한 보수 행보를 해왔다.
특히 그는 지난달 공화당이 크게 고전한 중간선거에서 압승으로 재선 고지에 오르면서 보수 진영 내에서 트럼프의 대항마로 등극했다.
중간선거 패배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재선 도전 선언을 강행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종차별주의자와의 만찬, 헌정 중단 요구 발언 등의 잇단 헛발질로 실점하면서 일부 조사에서 20% 포인트 이상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기는 등 공화당 내 유력주자로 급부상한 상태다.
더힐은 “디샌티스는 대선 출마 선언을 내년 늦봄이나 여름까지 늦추면서 의회에서의 입법적 승리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현재 현직이 아닌 다른 예비후보들과 차별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내 다른 후보들도 물밑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신간을 출간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내년 1월 15일부터 다시 ‘북 투어’를 재개하고 주요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는 선거자금 모금을 위한 직원을 충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부 장관은 경선이 조기에 실시되는 주(州)에서 일할 직원들을 접촉했다.
또 글랜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 에이사 허친슨 아칸소 주지사,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등도 물밑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약해진 가운데 공화당 내에서는 10여명이 대선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