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대 끝내 못가 차·집·눈더미서 시신 속속
당국 “시계제로, 출동 어려웠다”
뉴욕주 북서부 버펄로를 강타한 폭설로 차에 갇혀 숨진 간호조무사 앤덜 테일러(22)가 가족에게 보낸 마지막 영상이 소셜 미디어로 퍼져 나가면서 미국인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NBC 방송과 일간 뉴욕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테일러는 지난 23일 오후 차를 운전해 귀가하던 중 폭설로 고립되자 911에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했으나, 극심한 악천후로 구조대가 현장에 제때 도착하지 못했다.
테일러는 왓츠앱 가족 채팅방에서 “무섭다”면서 계속 거세지는 주변 눈보라의 영상을 찍어 가족에게 보냈다. 또 차 창문을 내리고 차 높이보다 눈이 더 높게 쌓여 있는 모습도 영상으로 보여 줬다.
24일 0시께 그는 가족들에게 “잠을 자면서 조금 기다려보다가 정 아무도 오지 않으면 걸어서라도 탈출을 시도해보겠다”고 문자를 보냈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사는 고인의 어머니(54)는 채팅 문자를 보내던 막내딸이 24일 아침에는 연락이 닿지 않길래 버펄로 지역에 사는 다른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도움을 요청했다.
결국 테일러를 찾아낸 것은 구조팀이 아니라 지인들이었다. 그는 고립된지 약 24시간만에 1.3m의 눈에 뒤덮인 도로 위에 세워진 차 안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테일러의 사인이 저체온증인지 혹은 일산화탄소 중독인지는 아직 확실히지 않다고 전했다. 눈에 차가 뒤덮여서 온도가 내려가는 바람에 숨졌다면 전자가, 온도를 유지하려고 차 시동을 걸고 히터를 켰다가 배기구가 눈에 막혀서 숨졌다면 후자가 사인일 가능성이 크다.
테일러의 어머니는 시신이 발견된 후에도 차 안에 시신이 24시간 동안 추가로 방치됐다며 “경찰은 크리스마스 당일 오후 늦게까지 도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뉴욕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2살 때 모친과 언니 3명 등 가족과 함께 샬럿으로 이사해 그 곳에서 자랐으나, 투석 치료를 받는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약 2년 전 뉴욕주 버팔로로 이사했다.
올해 크리스마스에 그의 가족은 샬럿에 모였으나, 즐거운 가족 모임이 아니라 고인의 죽음을 슬퍼하는 자리가 됐다. 가족이 그를 위해 준비했던 선물은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 포장된 그대로 놓여 있었다.
고인의 언니(35)는 뉴욕타임스(NYT) 기자에게 “우는 날이었다”며 “우리는 온종일 울기만 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고인의 시신을 샬럿으로 옮겨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이번 폭설은 23일에 시작됐으며, 27일까지 버펄로시와 그 외곽 등만 따져서 테일러를 포함해 28명이 숨졌다.
악천후가 다소 걷혀 당국이 구조활동을 진행 중인 가운데 자동차, 집, 눈더미 속 등에서 희생자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눈을 치우려 삽질을 하다가 목숨을 잃거나, 구조대가 제때 현장에 도착하지 못해 유명을 달리한 이들도 있었다.
NYT는 경찰과 구조팀의 대응이 늦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소셜 미디어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또 마치 당국자들이 악천후에 차를 몰고 나가거나 외출했다가 고립됐거나 숨진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는 비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바이런 브라운 버펄로 시장은 “운전을 하고 있던 개인들을 나무라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하면서 “하지만 시계(視界) 제로이고 눈보라로 온통 뒤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조건이어서 긴급구조요청 대응이 더욱 어려웠고 더욱 복잡했다”고 말했다.
재키 브레이 뉴욕주 국토안전 및 긴급대응서비스 청장은 “긴급구조팀은 자신들이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뼈에 박혀 있는 사람들”이라면서 “여건이 너무나 나빴기 때문에 눈 폭풍이 심할 때 출동한 구조팀들 중 3분의 2는 (오히려) 자신들이 (고립돼) 구조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