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인사회가 거의 3년간의 코로나19 악몽에서 서서히 벗어난 한해로 기억될 것 같다. 많은 한인들이 백신 접종과 방역규제 준수를 통해 모처럼 모임과 여행을 즐길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상승이 마음에 걸린다. 특히 한인들의 먹거리인 쌀과 각종 식료품들의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우리가 먹는 쌀과 식료품의 원산지인 캘리포니아에 일할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미국의 농업은 라티노, 히스패닉 등 이민 노동자(migrant laborers)가 없이는 돌아갈 수가 없다. 미국 농무부(USDA)의 2020년 통계에 따르면 농업 종사자의 절반이 넘는 51%가 라티노이다. H2A 등의 합법 신분 없이 일해서 통계가 없는 노동자들까지 감안한다면 그 비중은 커진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주 80만명의 농업 노동자 가운데 3분의 2는 서류미비자들로 추산된다.
그러나 지금 라티노 농업 노동자들은 위기에 빠져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정책으로 많은 라티노 노동자들이 일을 그만뒀으며, 남은 인력도 최근 3년간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타격을 받았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 사이에 라티노 인구의 평균 수명은 4년이 줄었다. 백인 인구가 1.5년, 아시안 인구가 2.5년이 줄어든 것과 비교해보면 커다란 격차다. 라티노 농업 노동자들이 타격을 받으니 인력이 부족하고, 쌀 등 식료품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라티노의 피해는 무엇보다도 낮은 백신 접종률 때문이라고 의료전문가들은 지적한다. CDC 전국농업종사자보건위원회(Center for Farmworker Health Advisory Committee)의 에드 키삼 (Ed Kissam)연구원은 “전국 농업 종사자 가운데 14%만이 최신형 부스터샷을 접종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그 결과 농업 종사자들과 함께 거주하는 기저질환 보유자 및 노인, 임산부가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류미비에 따른 정부에 대한 불신, 의료보험 미가입, 저소득 등도 라티노 농업 종사자들의 낮은 백신 접종률과 높은 감염율에 한몫하고 있다.
알타메드(AltaMed)의 일란 샤피로 박사(Dr. Ilan Shapiro)는 EMS와의 기자회견에서 “우리들이 집에서 락다운하는 동안, 농업 분야 ‘필수 노동자’ (essential)들은 밖에 나와 열심히 일하며 우리들에게 음식을 제공했다”며 “이제 농업 종사자들은 각종 전염병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의 곡창지대인 벤추라 카운티(Ventura County)의 멕시코 커뮤니티 단합 프로젝트(MICOP)의 아세니오 로페즈(Arsenio López) 국장은 “이런 상황이면 농업 종사자들 사이에 코로나가 보편화(normalized)되어 치료받을 필요성조차 느낄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현재 CDC는 캘리포니아 주립대 시스템(University of California)과 손잡고 농부들을 대상으로 ‘검사부터 치료까지’(Test to Treat approach)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홈페이지(www.covid.gov/tests) 또는 전화 1-800-232-0233로 코로나19 자가 진단 키트를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지금도 미국 전역에서 라티노 농부들이 쌀, 양파, 감자 등의 농작물과 낙농업 도축업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이들이 열심히 일하기에 우리 식탁이 고기와 채소로 풍성한 것이다. 그들을 서류미비자라는 이름으로 벼랑끝에 몰기보다는, 이들의 근로 및 보건의료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우리 경제를 살리고 장기적으로 물가를 낮추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