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마무리짓는 지금 한인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혐오범죄(hate crime)일 것이다. 2020년 코로나19와 함께 시작된 아시안 혐오범죄는 2021년 애틀랜타 총격 사건으로 절정에 달했고, 2022년 올해 역시 한인들이 크고작은 혐오범죄의 대상이 됐다.
그렇다면 우리가 느끼고 우려하는대로 미국내 혐오범죄가 심각해지고 있는가? 이에 대해 다양한 통계가 나와 한해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지난 12월 12일에 발표된 2021년 FBI 범죄통합통계 보고서(FBI’s 2021 Uniform Crime Reports)가 있다. 전국 1만1883개 경찰과 법집행기관이 보내온 통계를 취합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증오범죄는 2020년 8263건, 2021년 7303건을 기록했다. 2021년에 증오범죄 건수가 줄어든 이유는 LA, 뉴욕, 마이애미, 시카고 등 6292개 경찰이 통계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바니타 굽타(Vanita Gupta) 법무부 부장관은 지난해부터 새로운 증오범죄 통계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이에 적응하지 못한 경찰관서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BI보고서는 증오범죄에 대한 상세한 통계를 보여준다. 2021년 한해 동안 아시안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는 305건이었다. 시크교도를 대상 214건, 태평양계 이민자 33건도 있었고, 불교 신자에 대한 증오범죄도 29건, 힌두교도를 대상으로 한 범죄도 10건 있었다.
흑인과 유태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도 여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태인에 대한 증오행위는 2019년 963건, 2021년 324건이 접수됐다. 흑인에 대한 증오행위도 2020년 2871건, 2021년 2233건이었다. 아랍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범죄는 2019년 273건에서 2021년 171건으로 오히려 줄었다.
이에 대해 미국 이슬람 관계위원회(Council on American Islamic Relation) LA지부의 암 샤바이크(Amr Shabaik) 변호사는 무슬림들이 경찰을 두려워한 나머지 증오범죄를 자주 신고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FBI 보고서 이외에도 LA 등 각 지자체와 비영리단체는 각자 증오범죄 자료를 발표했다. 지난 12월 7일 LA 인간관계위원회(Los Angeles’ Human Rights Commission) 발표에 따르면 이 지역 증오범죄는 2020년 20%, 2021년에는 23% 증가했다. LA카운티에서 아시안을 겨냥한 증오범죄는 77건이었다.
보고서를 집필한 위원회의 마샬 왕(Marshall Wong)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발생한 실직, 주거불안, 코로나19 규제와 락다운 등으로 인해 증오범죄 건수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비영리단체 스톱 AAPI 헤이트(Stop AAPI Hate) 역시 자체적으로 접수한 증오행위 통계를 내놓았다. 이 단체의 국장인 만주 쿨카니 변호사(Manju Kulkarni)에 따르면, 2020년에는 4632건, 2021년에는 6273건의 증오행위가 접수됐다.
그러나 접수 사건의 대다수는 말로 하는 증오 표현으로, 증오행위일 지언정 증오범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시아태평양계 이민자 5명중 1명은 어떤 형태로든 증오행위를 경험했으며, 신고되지 않은 사례를 감안하면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 한해는 한때 증오정서를 부추겼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과 코로나19의 악몽이 사라지는 추세를 보였다. 새로운 한해는 증오 정서가 없어지고 한인과 지역민, 미국과 한국이 한데 뭉쳐 밝은 미래를 만들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