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를 잡기 위해선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률이 억제돼야 한다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희망과는 달리 미국 고용주들은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25년 만에 최고 수준의 임금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조사 결과 112개월간 직장을 옮기지 않고 한 직장에서 일한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은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5.5%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5년 전 애틀랜타 연은이 관련 통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고 수치다.
직장을 옮긴 노동자들의 임금은 같은 기간 7.7%나 올랐다.
WSJ은 이처럼 더 많은 임금을 받기 위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떠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고용주들이 기존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용시장에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노동자들의 협상력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고용시장 분석업체인 라이트캐스트의 레일라 오케인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요식업 등 전직이 용이한 업계를 예로 들면서 “고용주들 입장에선 훈련된 직원들을 다른 업체에 빼앗기는 상황을 막기 위해 임금을 올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연준의 기대와는 상반된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연준 목표치인 2% 물가 상승률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현재 임금 상승률은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높은 임금이 물가를 자극하고, 고물가가 다시 임금을 올리는 악순환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준이 지난달 공개한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 따르면 적지 않은 고용주들이 내년 물가에 가장 큰 압력을 주는 요인으로 임금 상승을 꼽았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노동자의 임금 인상분을 상품 가격을 올려 소비자들에게 떠넘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물가를 잡기 위해 공격적인 긴축을 지속하는 연준의 정책적 노력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낼 조짐도 관측된다.
지난해 11월 현재 미국 노동자들의 시간당 임금은 1년 전보다 5.1% 늘어났다. 지난 3월 5.6%로 정점을 찍은 뒤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력업체인 로버트 하프의 폴 맥도널드 상무는 “인플레이션이 꺾인다면 임금 인상률도 예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