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공동핵연습’ 용어 부적합…한미, 북핵 대응 공동실행방안 논의 중”
美 “韓美, 북의 핵사용 등 시나리오 대비 모의훈련 논의…尹 발언과 일치”
조 바이든 대통령이 2일 한미 양국이 북핵 억제를 위한 공동 기획, 공동 연습을 논의하고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면서 양국 정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백악관 풀 기자단에 따르면 휴가를 마치고 이날 워싱턴DC의 백악관에 복귀한 바이든 대통령은 헬리콥터에서 내려 백악관으로 들어가는 길에 기자단으로부터 ‘지금 한국과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니다(No)”라고 짧게 답했다.
이 질문은 이 날짜로 보도된 윤석열 대통령의 조선일보 인터뷰와 관련된 것으로,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실효적 확장 억제를 위해 미국과 핵에 대한 공동 기획, 공동 연습 개념을 논의하고 있고, 미국도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니다”라고만 말하고 더 설명하지 않아 그가 어떤 핵 연습을 염두에 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두 대통령의 발언이 상충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양국 정부가 해명에 나섰다.
우선 한국의 대통령실이 한국시간으로 3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한미 양국은 북핵 대응을 위해 미국 보유 핵 전력 자산의 운용에 관한 정보 공유, 공동 기획, 이에 따른 공동 실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재확인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오늘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로이터 기자가 거두절미하고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고 있는지’ 물으니 당연히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공동 핵 연습은 핵보유국들 사이에서 가능한 용어”라고 덧붙였다.
이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도 연합뉴스 질의에 “(바이든) 대통령이 말했듯이 우리는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면서 “한국은 핵 비(非)보유국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직접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핵보유국이 함께하는 연습으로 생각해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변인은 이어 “미국은 한국과의 동맹관계, 그리고 미국의 모든 범위의 방어 역량을 동원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데 완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은 프놈펜 회담 이후 양국 팀에게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여러 시나리오에 대한 효과적이며 조율된 대응을 계획하라고 지시했으며 양국이 현재 작업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도 “미국과 한국은 확장억제를 강화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일련의 시나리오에 대한 한미 공동의 대응을 모색하는 테이블탑 연습(table-top exercise)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과 한국이 기획, 정보공유, 연습, 훈련을 확대할 것이라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테이블탑 연습(TTX)은 도상훈련이나 토의식 연습으로도 번역되며 ‘탁상’이라는 표현대로 실제 현장에서 군부대가 기동하지는 않는 일종의 모의 훈련이다.
특히 고위당국자는 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하기 위한 양국의 노력에 ‘TTX도 포함된다’라고 밝힌 점에 비춰볼 때 한미가 TTX 외 추가 조치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유추된다.
한편 윤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말한 핵전력 운용 공동기획(Joint Planning)과 공동연습(Joint Exercise)은 작년 11월 미국에서 양국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도 합의된 내용이다.
공동기획은 미국의 핵 정책·전략, 작전계획, 신속억제·대응방안 등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의 핵 의사결정에 한국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공동연습은 미국의 핵 투발 전략자산을 동맹국이 재래식 수단으로 지원하는 시나리오를 실전적으로 훈련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의 전략폭격기 B-2나 B-52의 작전을 동맹국의 전투기가 지원하는 ‘스노캣'(SNOWCAT·Support of Nuclear Operations with Conventional Air Tactics)이 대표적이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전례 없는 수준의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핵무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냄에 따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협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전술핵무기를 다량 생산하고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한국과 미국에 노골적으로 위협을 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