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올해 경기후퇴가 일어나면 이례적으로 부유층이 서민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전망했다.
경기후퇴 때는 통상 서민들이 부자들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을 겪지만, 이번에는 저임금 일자리가 풍부한 가운데 주가 급락과 고소득 일자리 중심 감원으로 부유층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큰 ‘리치세션'(richcession)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리치세션은 부유층(the rich)과 경기후퇴(recession)의 합성어다.
우선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에 대응해 정부가 막대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빈곤층의 주머니 사정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보다 오히려 좋아진 상태이다.
여기에 심각한 구인난이 이어지면서 임금이 상승하고 있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타격도 비교적 덜한 편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미국 내 소득 하위 20% 가구의 순자산은 2019년 말보다 42% 급증했으며, 2021년 말과 비교해도 17% 늘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한 하위 25% 노동자의 12개월 이동평균 임금 상승률도 지난해 11월 기준 7.4%에 달했다.
이는 저임금·중간수준 임금 노동자들을 주로 고용하는 업계의 구인난이 여전한 데 따른 현상이다.
레저·관광·요식·숙박업의 경우 지난해 11월 기준 종사자가 팬데믹 직전인 2020년 2월보다 98만명 줄어든 상태다.
반면 지난해 3분기 소득 상위 20% 가구의 순자산은 코로나19 대유행 전보다는 22% 늘어났지만, 지난해 주가 하락 영향으로 2021년 말보다는 7.1% 줄었다.
상위 25% 노동자의 12개월 이동평균 임금 상승률도 4.8%에 그쳤다.
경기침체를 대비한 기업들의 감원도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특히 고소득 노동자에 집중되고 있다.
감원을 발표한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플랫폼의 노동자 연봉 중간값은 2021년 기준 29만5천785달러에 달했다. 트위터 직원 연봉도 평균 23만2천626달러에 달했다.
아마존도 인원을 줄였는데 감원 대상자 대부분은 비교적 높은 보수를 받는 사무직 중심이었다.
상대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쉽다는 것은 해고된 고소득 노동자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이지만, 새로운 직장을 구할 때까지 내핍생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경기후퇴 시 받는 영향은 더 클 수 있다고 WSJ은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