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처방전은 여전히 필요
미국에서 초기 임신 중절(낙태)을 위한 약물 요법으로 이용되는 알약이 일반 약국에서 판매된다.
연방 식품의약청(FDA)은 최근 임신 중절 알약 미페프리스톤(상품명 미페프렉스)을 소매 약국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정을 승인했다. 미페프리스톤을 제조·유통하는 제약사 젠바이오프로과 댄코 래보러토리스의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다만, 의사의 처방전은 여전히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처방전을 발행하는 병원 또는 소수의 약국에서 원격 처방·우편을 통해 약을 구입할 수 있었다. 임신중절이 필요한 환자들은 앞으로는 자격을 갖춘 의료진에게서 처방전을 받은 뒤, 미페프리스톤을 취급하는 약국을 방문해 처방전을 내고 동의서를 작성하면 먹는 임신중절약을 살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FDA의 이번 결정이 지난해 6월 낙태에 관한 권리를 뒤집은 연방대법원의 판결 이후 외과적 수술이 아닌 약물을 통한 중절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10주 이내 임신부가 집에서 원격으로 처방을 받아 임신 중절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병원에 가지 않고 지정 약국에서 우편으로 미페프리스톤 등의 중절 약물을 배달받을 수 있지만 허용 약국 자체가 많지는 않다.
월스트리스저널(WSJ)은 이번 FDA의 결정이 낙태 반대론자들과 찬성론자들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FDA의 새 규정에도 불구하고 임신 중절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 미 12개 주의 약국에서는 미페프리스톤을 판매할 수 없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낙태 반대 단체나 공무원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짚었다. 미주리주에서는 중절 관련 약물을 우편으로 주에 반입하는 것을 중범죄로 처벌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