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인생배우기 (11)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3년 새해를 알리는 문자를 새해 하루 전에 받았다. 미리 받는 새해 인사는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주었다. 아무도 모르는 하루를 나만 가지게 된 것처럼 무슨 일이든 해야만 할 조바심도 주었다. 친구가 올려준 동해의 해돋이 동영상을 보면서 이미 시작된 새해와 아직 남아있는 지난해를 함께 감상하면서 1월, January의 어원인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가 된 기분이었다.
도시의 출입구나 가정의 문을 지키는 수호신인 야누스는 뒤통수가 없는 양쪽이 모두 얼굴인 모습으로 앞과 뒤를 동시에 본다. 공간적으로 앞과 뒤를 동시에 보듯이 시간적으로는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봄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과거에서 배운 교훈을 잊지 말라는 의미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날 야누스 같은 얼굴이라 하면, 지칼박사와 하이드처럼 양성적인 면을 지닌 사람이든지 겉은 괜찮으나 속이 시커먼 나쁜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쓰인다.
내게 야누스의 두 얼굴은 달력 같다. 숱한 마감과 모임으로 꽉 차있던 12월의 일정표와 달리 할 일은 태산 같은데 무슨 일부터 해야 할지 몰라 텅 빈 1월의 달력을 본다. 지금은 시작의 문 앞, 무슨 일이든 시작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Be Brave, Little Penguin〉은 물을 무서워하는 아기 펭귄 핍핍에 대한 이야기이다. 물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며 놀고 있는 다른 친구들과 떨어져 혼자 있는 핍핍은 물을 무서워한다. 모두가 겁쟁이-핍핍이라고 놀리지만 핍핍은 아무 대꾸도 할 수가 없다. 물이 무섭다는 핍핍의 말에 아빠펭귄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하지만, 엄마펭귄은 누구나 두려움은 있다면서 조금씩 물과 친해지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엄마펭귄과 핍핍의 잔잔한 대화가 좋아서 옮겨봤다.
-핍핍, 물은 이제 잔잔하고 고요하단다. 발가락을 살짝 담가보렴.
-하지만 물이 얼면 어떡해요? 물은 어둡고 깊은데 내가 수영을 못하면요? 내 냄새를 맡은 괴물들이 날 잡아먹으면요?
-핍핍, 너의 마음을 알아.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그 물속에 너의 친구들이 있다면? 부드럽고 따뜻한 먹이가 가득하다면?
걱정 하지 마. 내 손을 잡아. 내가 옆에 있잖아. 두려워 말고 용기를 내!
핍핍은 천천히 물가로 나아가서 작은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눈을 감고 첨벙 물속으로 뛰어 내린다. 그리고 엄마를 향해 소리친다.
-엄마, 나 좀 봐요! 내가 수영하고 있어요! 난 날 수 있어요. 그렇게 어렵지도 않아요.
아기 펭귄 핍핍과 엄마펭귄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무슨 일이든지 하려면 필요한 것은 단지 용기라고 핍핍은 말한다.
물을 무서워하던 핍핍이 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며 노는 모습과 물결을 따라 그려진 감탄사와 리듬감 있게 쓰인 문장들이 어우러져 그림책을 보는 즐거움을 한껏 선사하는 책이다. 추운 겨울날 아이들과 읽으면 마음이 흐뭇해질 것 같다.
용기의 참 의미를 가르쳐 주는 ‘퍼스트 펭귄’이라는 관용어가 있다.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펭귄들은 먹잇감을 구하러 바다에 뛰어들어야 하지만 바다표범 같은 포식자가 두려워 망설이게 된다. 이때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들어 다른 펭귄들도 뒤따르도록 이끄는 펭귄을 이르는 말이다.
실패할지도 모르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용기를 내 먼저 도전함으로써 다른 이들에게 참여 동기를 주는 사람이나 기업이 우리 사회의 퍼스트 펭귄들이다.
2023년은 검은 토끼의 해라고 한다. 어두운 검은색처럼 올 해의 전망에는 많은 어둠이 함께 한다. 특히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경제적 불황에 대한 예측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체감되고 있다.
위태위태한 올 해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밝은 미래로 이끌 퍼스트 펭귄은 어디에 있을까? 아기 펭귄, 핍핍의 말처럼 단지 용기만 있다면 그리 어렵지도 않게 더 밝고 멋진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야누스의 얼굴에는 젊음과 늙음이 함께 있다. 지혜를 가진 철학자를 닮은 얼굴과 아름다운 청년의 얼굴이다. 어느 얼굴이든 두 다리가 이끄는 데로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