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에게 있어 캘리포니아 대학 시스템(University of California, UC)의 의미는 각별하다. 한인들이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UC는 우수한 교육을 자랑하며, 한인 학생들이 가장 많이 진학하고 유학하는 대학 중 하나이다. 그 명성은 캘리포니아 바깥은 물론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어, 한국에서는 우클라 대학(UCLA)이라는 별명도 있고 UCLA상표의 옷도 인기리에 팔리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UC의 명성에 상처를 입히는 사건이 어러건 있었다. 먼저 2019년 터져나온 대학 입시 부정 사건에 UCLA가 연루된 것이다. UCLA 대학축구 코치가 입시 브로커와 짜고 뇌물을 받고 학생을 부정 입학시킨 사례가 그것이다. 법원은 최근 코치에게 징역 8개월, 브로커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다른 문제는 지난해 UC 교직원 파업 사태였다. 지난해 11월 UCLA, UC어바인 등 UC 산하 10개 캠퍼스의 UAW(전미자동차노조연합) 소속 박사후과정, 대학원생, 교직원 4만8000명은 더 나은 급여와 혜택을 요구하며 한달간 파업을 벌였다. 이로 인해 한달간 대학 수업 및 운영에 차질이 벌어졌으며, 교직원들은 임금인상과 처우개선을 약속받고 파업을 종료했다.
학문의 전당으로 존경받는 명문대 교직원들의 파업은 전례없는 일이다. 이번 파업사태는 미국대 최대 공립대학 시스템인 UC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루이스 프리드버그(Louis Freedberg)는 지적한다. 그는 UC버클리 출신이며 교육전문매체 에듀소스(EdSource)의 편집장 출신이다.
그에 따르면 첫번째 문제점은 주정부의 UC예산 삭감이다. 최근 50년간 대학 예산 전반을 연방정부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예산은 줄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80년 UC예산의 87%가 주정부 부담이었으나, 40년이 지난 현재 주정부 부담은 39%에 불과하다. UC버클리 전 총장 로버트 버게노(Robert Birgeneau)는 “우리는 주립대가 아니라 연방 대학”이라고 자조할 정도였다.
두번째 문제점은 UC재학생 숫자가 감당할수 없는 수준으로 커졌다는 사실이다. UC는 고등교육 마스터플랜(Master Plan for Higher Education)을 통해 고등학생 톱 12.5%를 입학시키겠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인구가 3배 가까이 불어나면서 해당 학생들의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반면 UC가 최근 50년간 새로 연 캠퍼스는 UC머세드(UC Merced)밖에 없어 학생들을 모두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학부생이 늘어나는 만큼 대학원생이 줄어들고, 유능한 대학원생을 타주 또는 사립대에 빼앗긴다고 프리드버그는 주장한다.
세번째 문제점은 폭등하는 캘리포니아의 물가와 생활비를 학생과 교직원들이 감당할수 없다는 사실이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UC에서 공부하는 석사 과정 학생들은 연평균 2만4000달러를 받고 학교에서 조교 및 튜터 등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가파르게 상승한 주거 비용과 주택 가격으로 캠퍼스 근처의 거주지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임금, 보험금, 보너스 인상을 요구했다. 이들은 UC봉급 체계를 실패한 비즈니스 모델(Broken Business Model)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내 최대 공립대학 시스템인 UC파업사태는 조지아 등 타주에도 관심을 끌고 있다. UGA, GSU 등 조지아주의 주립대는 주내 학생 80%이상에게 호프 장학금을 제공하며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에 애틀랜타 한인 학부모들도 대학의 명성보다 자녀 학비부담을 감안해 ‘조지아 주립대 진학’이라는 경제적으로 현명한 선택을 내리는 추세다. 우리 자녀가 다니는 주립대의 상황에 대해 학부모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