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하늘길을 이용해 여행을 떠나는 가운데, 기내에 구비된 응급키트가 부실해 비상 시 대응할 수 없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 의료 및 건강 관련 뉴스를 다루는 카이저 헬스뉴스(KHN)는 비행기 응급 키트 실태에 대해 취재 후 보도했다.
지난해 3월 피닉스에서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프론티어 항공 여객기에서 한 여성 승객의 호흡이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때 응급처치 대응 훈련을 받았던 한 승객이 나서 기내에 구비된 의료 키트를 뒤졌지만, 기도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구인두기도기(OPA)가 없었다. OPA는 일반적으로 응급 의료 키트에 포함되어야 하는 중요한 도구다.
프론티어 항공은 해당 사건과 관련한 KHN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항공편을 이용하는 승객이 많아진 시점에서 이처럼 불충분한 의료 키트와 승무원의 훈련 부족 등 응급 의료 상황에 대한 항공사의 준비가 미흡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3만 피트 상공에서 누구에게 무슨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비상상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비행기 의료 서비스 회사인 메드에어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 기반 항공사를 이용하는 승객 2만명당 한 건의 응급상황 또는 건강 관련 문제가 발생한다.
아울러 파울로 알베스 메드에어 글로벌 항공 의료 책임자는 “기내에서 일어나는 의료 ‘이벤트’의 98%는 큰 문제가 없이 넘어가고 이 중 2%만이 회항을 고려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방 항공국(FAA)은 상업용 항공기에 특정 기구 및 의약품 최소 25가지와 응급 처치 의료 키트, 자동 외부 제세동기가 포함된 밀봉된 응급 의료 키트 최소 1개 등을 탑재할 것을 요한다.
KHN의 취재 결과 알래스카, 얼리전트, 하와이안, 제트블루, 사우스웨스트 등 많은 항공사가 기내에 구비된 키트가 항공국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거나 그 이상의 품목을 보유하고 있으며, 직원 교육도 진행한다고 답했다. 또 기내 비상 상황에서 승무원과 지상의 의료 전문가를 연결하는 메드링크라는서비스과 계약을 맺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연방 항공국은 “응급 의료 키트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객실 승무원 책임”이라며 의료 키트 사용 데이터를 추적하거나 검사하지 않는다. 프론티어 항공기 사고처럼 일부 품목이 의료 키트에서 누락될 수 있지만, 이를 관리 감독할 기관이 없는 셈이다.
또 아무리 승무원들이 응급상황 대응 교육을 받는다 한들 흔치 않은 상황에서 냉정하게 대처하기 힘들다.
얼리전트 항공 관계자는 “우리 승무원들은 예상치 못한 의료 비상사태에 대응하도록 훈련받았지만, 기내의 응급 의료 키트에 의존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며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면 자신의 의료용품을 직접 가져오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