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6일 차별받는 흑인의 권리 증진을 위해 투쟁한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일을 맞았지만, 아직 미국 사회에는 흑인을 노예로 둔 과거에 대한 향수가 여전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온 나라가 킹 목사 기념일을 축하한 이날 미시시피와 앨라배마주에서는 킹 목사와 로버트 리 장군의 탄생을 함께 기리는 ‘킹-리의 날’을 지냈다고 보도했다.
리 장군은 노예제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에서 분리독립을 시도했지만, 남북전쟁에서 패배한 남부연합의 총사령관으로 1807년 1월 19일에 태어났다.
킹 목사의 생일은 1929년 1월 15일로 미국 정부는 매년 1월 셋째 월요일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했다.
WP는 “킹 목사는 인종 평등을 위해 목숨을 바쳤고, 리는 흑인을 계속 노예로 두기 위해 남북전쟁에서 싸웠다. 두 남자의 출생일은 고작 4일 간격이 있지만, 둘의 유산은 이보다 다를 수 없다”고 평가했다.
미시시피와 앨라배마주에서는 ‘킹-리의 날’이 주 공휴일이다.
아칸소도 2018년까지 ‘킹-리의 날’을 기념했고, 버지니아는 2000년까지 다른 남부군 장군인 ‘스톤월’ 잭슨을 함께 기리는 ‘리-잭슨-킹의 날’을 뒀다.
텍사스는 리 장군의 실제 생일인 1월 19일을 주 공휴일인 ‘남부 영웅의 날’로 기념한다.
16일 오전 뉴욕 시민들이 마틴 루터 킹 주니어 기념일을 맞아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
남부에 사는 많은 흑인은 이런 기념일을 남북전쟁 종식 158년 뒤에도 남부연합을 계속 미화하려는 노력으로 간주한다.
반면 ‘킹-리의 날’을 주장하는 이들은 남부에 큰 영향을 미친 두 개인을 같은 날 기념하는 게 실용적이라고 주장한다.
존 기기 앨라배마대 역사학 부교수는 남부가 이를 통해 “노예제나 인종 분리 정책을 충분히 비판하지 않은 과거를 낭만적으로 묘사한 버전과 인종 차별을 없애려 한 킹 목사의 노력을 지지한 과거”를 다 누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루이스 볼드윈 밴더빌트대 종교학 교수는 “앨라배마와 미시시피에서 리 장군과 킹 목사는 남부의 가장 우수한 가치와 삶의 방식, 유산을 상징한다”면서 “같은 날 두 사람을 기념한다는 사실은 말과 행동이 다른 남부의 양면성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일부 주는 두 기념일을 분리했다.
플로리다는 킹 목사 기념일과 별도로 1월 19일에 리 장군 생일을, 4월 26일에 남부연합 기념일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했다.
노스캐롤라이나도 리 장군의 생일을 법정 공휴일로 두고 있으며, 아칸소는 10월 둘째 토요일을 리 장군 기념일로 선포했다.
조지아는 원래 리 장군 생일과 남부연합 기념일을 각각 11월과 4월에 지내다가 2015년에 둘을 명칭이 없는 ‘주 공휴일’로 대체했다.
마틴 루서 킹 기념일은 1983년 연방 공휴일로 지정됐지만 2000년에서야 50개 주 전체에서 주 공휴일이 됐고, 그 과정에서 정치권과 대중의 큰 저항이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