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을 추모하기 위해 새로 제작한 대형 조형물을 두고 조롱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고 CNN 등 현지 언론이 17일 보도했다.
최근 미국 보스턴에서 공개된 ‘포옹’은 6.71m 높이의 청동 조형물로, 제작비가 무려 1000만 달러 이상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형물은 뉴욕 브루클린에서 활동 중인 예술가 행크 윌리스 토머스가 제작한 것으로, 1964년 킹 목사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직후 부인 코레타 킹 여사와 포옹하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 조형물은 킹 목사 부부의 모습에서 몸통과 머리 부분 등이 생략된 채 손과 팔 부분만 묘사됐다.
온라인상에는 킹 목사의 얼굴이 등장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의문이 이어졌다. 특히 이 조형물을 특정 각도에서 볼 때 음란행위를 연상시킨다는 조롱성 글들도 여럿 올라왔다. 두 사람이 껴안은 모습이 어떤 각도에서는 마치 남성의 신체 일부를 껴안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는 주장이다.
킹 목사의 유족들도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코레타 킹 여사의 조카인 세네카 스콧은 온라인 매체에 “이 조형물은 우리 가족에 대한 모욕”이라며 “청동 자위상을 만들기 위해 1000만 달러를 낭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킹 목사의 장남은 “작가가 뛰어난 작품을 만들었다”며 “부모님의 모습을 담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미국 가수 조 본설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해당 조형물에 대해 “마틴 루터 킹을 기리는 것에 전적으로 찬성하고 고인에 무례를 범할 뜻은 없지만 보스턴에서 공개된 이 헌정 동상은 못생겼다. 큰 똥을 들고 있는 두 손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 게시물에는 남성의 신체 부위가 연상된다는 댓글도 달렸다. 사진 트위터 캡처
논란이 일자 토머스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나섰다. 그는 이 조형물이 단순히 킹 목사 부부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힘’을 상징하기 위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CNN 방송에서도 그는 수천명의 사람들이 이 작업에 참여했지만 그렇게 바라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오히려 ‘비뚤어진 관점’이라고 반박했다. 또 과거 베트남전 추모공원 등 각종 공공 조형물에는 항상 비판이 뒤따랐다며 작품을 수정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은빈(kim.eun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