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발표된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새롭게 발생한 대장암 환자는 2만 7787명이다. 암 발생률 순위에서 갑상선암, 폐암에 이어 세 번째를 차지했다. 2019년 위암이 세 번째, 대장암이 네 번째였지만 그 순서가 바뀌었다.
대장암은 과거 서구권 국가에서 흔히 발생하는 암이었으나, 동물성 지방 섭취 증가 등 식이와 생활습관 변화로 한국인에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 정기 검진이 활성화되면서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대장암이 50세 이후 중장년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만큼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대장암 환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 자각 증세 없지만 혈변·체중 감소 살펴야
다른 암처럼 대장암도 초기에는 대부분 별다른 자각 증세를 느끼지 못하며 증상이 있다면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다. 변을 보기 힘들다는 느낌이 지속되거나 배변 횟수 등 배변 습관 변화, 설사, 변비, 배변 후 변이 남은 느낌, 선홍색 또는 검붉은 색의 혈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일부는 예전보다 변이 가늘어지거나 체중 감소 등의 변화가 있다.
항문 가까운 곳에 암이 생기면 배변 시 통증을 느끼거나 잔변감 등으로 대변을 보기 힘들어진다. 때로는 방광이나 전립선을 누르거나 침범하게 돼 배뇨 불편감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기 대장암 발견 시 내시경 절제술↑
대장 점막의 용종(폴립)은 일부가 악성으로 변화하면서 암이 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크기가 작은 조기 대장암은 대장 용종의 절제법으로 흔히 이용되는 대장내시경 올가미절제술을 이용하여 절제할 수 있다. 올가미절제술은 특수한 올가미를 내시경을 통해 대장 내로 삽입한 후 종양의 아랫부분을 올가미로 죄어 잡고 전류를 흘려 종양을 절단해내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크기가 큰 조기 대장암을 한 번에 내시경으로 완전히 절제해내기 위해 올가미 대신 각종 박리 칼을 이용해 종양 아래 부위를 박리해내는 내시경 점막하박리술이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이처럼 조기 대장암의 경우 내시경적 절제를 시도할 수 있으나, 수술이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내시경으로 잘 절제가 된 경우라도 깊이가 점막하층 아래쪽까지 침범했거나, 경계선에 암세포가 없는 것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 그리고 조직검사로 확인하는 위험요소가 있는 경우는 대장을 절제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복강경, 로봇 수술을 통해 절개 범위를 최소화하는 수술이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절개 범위가 작기 때문에 수술 후 흉터, 통증, 부작용이 적다.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현재까지 암 치료 성적은 방법 간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복, 복강경, 로봇 수술 등 수술 방법은 환자의 상태와 종양의 진행 상태, 주변 조직 침범 정도 등을 고려해서 결정한다.
전이가 너무 심해서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해도 효과가 작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항암화학요법을 먼저 시행하기도 한다. 항문에 비교적 가까운 중·하부 직장암은 진행성이면 항암과 함께 방사선치료를 시행하고, 반응 정도를 확인해 다음 수술을 계획하기도 한다.
50세 이후 발생률 증가…대장 내시경 검사 필요
대장암의 발병 원인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장암 발생 원인 중 5%는 명확한 유전에 의해 발생하고, 약 20% 정도는 유전적 소인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궤양성대장염이나 크론병 등 염증성 장 질환이 있으면 대장암 발병 가능성이 더욱 높다.
다만 일반적으로 대장암의 발생과 관련해서는 유전적 요인보다는 환경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에서도 고령화는 가장 큰 위험요소이다. 나이가 50세 이후가 되면 대장암 발생률이 꾸준히 상승한다. 대략 10명 중 9명 이상의 대장암 환자가 50세 이후에 진단이 된다. 그러므로 50세 이후에는 가급적 대변잠혈검사 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가족력이 있을 경우 그보다 젊은 나이에 시행하는 것이 좋다.
육류 줄이고, 채소 섭취 늘려야…운동 중요
식이 요인은 아직 확실한 연관 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동물성 지방 섭취, 쇠고기, 돼지고기 등 붉은 육류 및 가공육 섭취, 알코올 섭취, 설탕과 같은 정제된 탄수화물 섭취 등이 대장암 발생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선한 과일이나 야채로부터 섭취된 식이섬유는 대장암 발생을 막는 역할을 한다고 추정된다. 식이 섬유가 대변의 대장 통과 시간을 단축해 담즙산과 같은 발암물질이 대장 점막과 접촉하는 시간을 줄이기 때문이다. 시큼한 과일, 암녹색 야채, 말린 콩 등도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장암 예방을 위해선 무엇보다 규칙적인 운동이 매우 중요하다. 과체중(비만)이거나 과도한 열량 섭취를 할 경우 대장암 발생과 연관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되는 인슐린을 과다 분비시키기 때문에 규칙적인 운동으로 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흡연과 음주 역시 대장암 발생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흡연은 대장암뿐만 아니라 여러 암종의 발생과도 관련이 크다. 따라서 흡연하고 있다면 반드시 금연하기를 권하고, 과도한 음주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이우림(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