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지목 아밀로이드 제거 겨냥
치료로 보기에는 개선 효과 미미
3상 끝나 연말 최종 승인 신청중
지난 6일 연방 식품의약국(FDA)은 임상시험에서 알츠하이머병 초기 환자의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 신약인 레카네맙(Lecanemab, 상품명 레켐비Leqembi)을 신속 승인했다. 하지만 FDA는 이미 지난 2021년 유사한 약물을 신속 승인한 바 있어 이번 승인과 관련해 의학계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치매 치료의 가능성이 열린 것인지 어떤지 헷갈려 하는 사람이 많다.
일반적으로 치매라고 알려진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은 21세기가 됐음에도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대신 이 질병으로 인해 뇌가 변화하고 이런 증상 중 하나가 아밀로이드 플라크로 알려진 단백질의 끈적한 덩어리가 뇌에 쌓이는 것이다. 이 플라크는 뇌 세포 기능을 방해하고 기억하고 생각하는 사람의 능력에 악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문제를 일으키는 플라크를 제거하면 질병의 진행을 늦출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고 최근 수년간 플라크를 표적으로 한 치료제가 개발 중이다.
이번에 신속 승인된 레카네맙은 정맥주사를 2주마다 맞는 것으로 단일클론 항체 치료제로 베타 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삼는다. 지난해 발표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이 약은 경증 또는 초기 환자의 치매 진행속도를 6개월~1년간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카네맙은 이미 승인된 대부분의 플라크 치료제와 달리 알츠하이머병의 증상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병리에 적용된다는 차이가 있다. 지난 2021년에 신속 승인을 받았던 애듀헬름(Aduhelm, 성분명 아두카누맙)이라는 유사한 약물도 신속 승인을 받았으나 임상 3상에서 상반된 결과를 보였고 높은 약값 때문에 좌초된 바 있다.
이번 FDA의 결정은 레카네맙을 투여받은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의 참가자가 연구 과정에서 위약을 투여 받은 참가자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아밀로이드 플라크 감소를 보인 2상 임상 시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또한 이 약의 개발사가 신속 승인을 신청한 후 발표한 3상 시험 결과가 초기 결과를 뒷받침하고 있다.
초기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50세에서 90세 사이의 1795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레카네맙을 투여 받은 참가자는 18개월 동안 아밀로이드 수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시험은 환자들을 무작위로 둘로 나눠 한 그룹(898명)에는 레카네맙을, 다른 그룹(897명)에는 위약을 투여했다. 레카네맙은 체중 1kg 당 10㎎을 2주마다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3개월 마다 변화를 관찰했는데 레카네맙의 투여 효과는 6개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해서 투여군과 위약 투여군 간 증상 진행 속도는 점점 벌어졌으며 결과적으로 18개월간 약을 투여한 환자들의 알츠하이머 증상 진행 속도가 7.5개월 정도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이 악화되는 속도가 27% 느려졌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알츠하이머병 전문가들은 이것이 환자에게 진정한 효과를 보여 주기에 충분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대략 위약에 비해 인지 및 기능 측정에서 약간의 감소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임상시험에서 의사들이 알츠하이머 초기 환자들의 기억력과 판단력 등을 직접 인터뷰 등을 통해 18점 척도로 평가한 결과, 레카네맙을 18개월간 투여받은 환자들은 점수 하락 폭이 투여받지 않은 사람들보다 0.5점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는 기억력과 판단력 등 저하가 5개월 정도 늦춰지는 효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자들은 약의 효과로는 진짜 미미해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 약간 못 미치는 것 같고 대부분 환자는 효과를 인지하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 18점 척도에서 최소 1점은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레카네맙은 치매를 완치하는 약이 아니고 환자가 6개월에서 1년 더 운전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시간은 환자가 기억을 완전히 잃어버리기 전에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데에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레카네맙의 처방 정보에는 부작용도 지적됐다. 아두카누맙에서 보였던 뇌의 부종과 출혈 등의 위험성은 물론 일반적인 부작용으로는 주입 관련 반응으로 독감과 유사한 증상, 메스꺼움, 구토 및 혈압 변화가 포함될 수 있고 두통도 보고됐다.
FDA. shutterstock
FDA는 이 약이 모든 알츠하이머 환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임상시험에서 연구된 모집단과 일치하는 경증 인지 장애 또는 초기 가벼운 치매 환자만을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에듀헬름과 마찬가지로 이 신약의 가격은 매우 높다. 제조업체는 보도 자료에서 연간 2만6500달러의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얼마나 많은 환자가 혜택을 볼 수 있는지 자신하지 못했다.
지난해 4월 메디케어를 실제 운용하고 관장하는 CMS는 아밀로이드 및 이와 유사한 약물을 제거하는 단일 클론 항체인 애듀헬름를 커버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FDA의 신속 승인 결정 이후 지난 6일 발표한 성명에서 CMS는 “가용한 정보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현재의 적용 범위를 재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신약을 개발한 에자이(Eisai) 와 바이오젠(Biogen)은 최근 발표된 3상 데이터를 사용하여 완전한 정식 FDA승인을 받을 계획임을 밝혔다.
이런 아밀로이드 제거요법은 과학자들이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위해 추구하는 방법 중 하나로 제약계는 알츠하이머병의 또 다른 특징인 타우 단백질이 엉키지 않도록 하고 질병의 원인이기도 한 염증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많은 알츠하이머병 전문가들은 한 가지 이상의 복합적인 치료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한편 알츠하이머 예방을 둘러싼 연구는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고혈압 조절, 신체적 활동 유지, 과도한 음주 피하기, 청력 손실 예방 또는 치료와 같은 특정 습관을 채택하면 알츠하이머 및 관련 치매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치매 사례의 40%는 12가지 예방가능한 위험 요인이 원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현재 알츠하이머병 치료 시장은 2022년 42억 달러에서 연평균 16.2% 성장해 2030년에는 156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어서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일라이릴리의 도마네맙이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으며 영국의 타오렉스 테라퓨틱스, 미국 액섬 테라퓨틱스 등도 효능을 입증하고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장병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