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자동소총 지닌 괴한”…아시아 혐오범죄 가능성에 촉각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근처 도시 몬터레이 파크에서 열린 음력설 행사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10명이 사망했다.
21일 LA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쯤 캘리포니아주 서남부에 위치한 몬터레이 파크 시내 가비 애비뉴 근처의 가게에서 한 남성이 반자동 총기를 난사해 최소 10명이 숨졌다.
몬터레이 파크가 속한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보안관 사무소의 앤드루 마이어 경감은 총격 사건으로 최소 10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부상자들은 현재 인근 여러 의료시설로 옮겨져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경찰은 피해자들의 구체적인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마이어 경감은 “용의자가 현장에서 달아나 처리되지 않고 남아 있다”고 말했다. 용의자가 검거되지 않은 상황에서 범행동기 등 구체적 사실도 아직 불명확한 상황이다.
총기난사가 발생한 설 축제 행사장. 로이터
몬터레이 파크에서는 이날부터 이틀 일정으로 음력설 기념행사가 예정돼 있었다.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열렸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총기난사로 규정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2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관계를 발표할 예정이다.
총격 사건이 발생한 몬터레이 파크는 LA에서 16㎞ 정도 떨어진 곳에 있으며 인구는 약 6만명이다. 이 가운데 65%는 아시아계 미국인이다.
몬터레이 파크는 미국 본토에서 처음으로 중국, 대만, 일본, 베트남 등 이민집단이 정착해 아시아계가 과반을 차지한 도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지난 21일 밤 발생한 총기 난사 사태에 대해 보고를 청취하고 연방수사국(FBI)의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대통령은 FBI가 주 수사기관에 모든 지원을 제공할 것을 지시하고, 오늘 세부 내용이 나오는 대로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계 주민에 대한 반감이 확산해왔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 아시아의 축제인 음력설 행사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범행동기가 더 주목된다.
실제로 미국 주요 도시에서 최근 아시아인을 겨냥한 묻지마식 혐오범죄가 급증한 바 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친구와 함께 사건 현장이었던 댄스 클럽에 있었다는 주민 웡웨이는 화장실에 있을 때 총격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화장실에서 나온 그는 장총을 난사하는 용의자 주변에 남녀의 시신 3구가 널린 모습을 보고 바깥으로 탈출했다고 말했다.
그가 본 시신 중에는 해당 댄스클럽의 주인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 씨는 LA타임스 인터뷰에서 자신의 식당 안으로 3명이 도망쳐 들어와 문을 잠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근처에 반자동 총기를 지닌 남성이 있고, 장전된 탄환을 다 쓴 뒤 재장전을 할 정도로 많은 총탄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는 말을 이들로부터 들었다고 덧붙였다.
근처에 산다는 주민 존(27)은 오후 10시께 귀가했을 당시 4∼5차례 총성을 들었고, 곧 경찰차들이 거리를 달려가는 소리가 뒤따랐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가비 애비뉴 주변에 출동한 경찰관과 구조대원들이 피해자들을 돌보는 영상과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