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보내주오’ 간청…고의적 살인혐의 적용될듯
경찰 “누구도 못피할 인생의 시련·고난 담긴 비극”
불치병에 걸린 남편의 부탁을 받은 아내가 남편을 총으로 쏴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엘런 길런드(76)는 21일 오전 11시 30분쯤 플로리다주 데이토나 비치에 있는 어드벤트 헬스 병원 병실에서 남편 제리 길런드(77)를 총으로 쏴 살해했다.
사건 당시 병실에는 엘런과 제리 둘만 있었으며 이날 병원 관계자나 다른 환자가 다치는 일은 없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제리는 사건 발생 약 3주 전 만약 자신의 건강 상태가 악화할 경우 자신을 죽여달라고 엘런에게 부탁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경찰은 제리가 원래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으나 힘이 부족해 아내에게 이같은 일을 맡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엘런은 남편을 죽인 후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할 계획을 세웠으나 결국 실행하지 못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엘런은 제리의 병실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으며 총을 내려놓기를 거부했다.
경찰은 1시간가량 대치 끝에 인명 피해 없이 엘런을 제압했으며 같은 날 오후 그를 볼루시아 카운티 감옥에 구금했다.
자카리 영 데이토나 비치 경찰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일은 그 누구도 인생의 시련과 고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비극적 사건”이라면서 “엘런은 수심에 잠겨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엘런은 제리가 불치병에 걸렸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우울한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영 경찰서장은 엘런에게 의도를 갖고 계획적으로 사람을 숨지게 한 1급 살인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혜정(jeong.hye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