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석에도 계급이 있다
침대처럼 180도 젖혀지는 좌석에서 잘 수 있는 비즈니스 좌석 이야기는 접어두자. 다리에 피가 안 통하는 병까지 유발한다는 ‘이코노미석(일반석)’만 놓고 말하자.
일반석도 미리 좌석을 지정하는 게 좋다. 항공사 대부분이 항공권 구매 시점부터 사전 좌석 지정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출발 48시간 전까지, 제주항공·진에어 등 저비용항공은 24시간 전까지 가능하다.
요즘은 선호 좌석을 미리 ‘찜’하는 사람이 많다. 제주항공 홍보팀 김태영 차장은 “항공권을 일찍 사면 저렴한 것처럼 좌석 지정도 서두르길 권한다. 아예 구매와 동시에 하는 게 낫다”며 “출발이 임박하면 편한 자리가 남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요즘 항공사는 같은 일반석도 좌석 간격에 따라 세분화하는 추세다. 좌석 간격이 넓거나 비행기 앞쪽에 있어서 빨리 타고 내릴 수 있는 자리는 추가로 좌석 지정 비용을 내야 한다. 사진 아시아나항공
아무 자리나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요즘 항공사는 같은 일반석도 차등화해 추가 요금을 받는다. 아시아나항공을 보자. 일반석보다 좌석 앞뒤 간격이 4인치 넓은 ‘이코노미 스마티움’, 비상구석으로 불리는 ‘레그룸 좌석’, 의자 2개씩 붙어 있는 ‘듀오 좌석’, 앞쪽에 위치해 승하차가 빠른 ‘프런트 좌석’을 운영한다.
미주, 유럽 같은 장거리 노선 스마티움 좌석은 편도 20만원을 받는다. 저비용항공은 더 세분화한다. 진에어는 6개 종류의 좌석을 운영한다. 좌석 간격이 동일한 ‘스탠다드 좌석’도 앞쪽이냐 뒤쪽이냐에 따라 요금이 다르다. 심지어 맨 뒷자리도 미리 지정하려면 별도 요금을 내야 한다. 동남아 노선 기준 편도 7000원이다.
옆자리 싹 비우고 가는 법
출발 당일 빈 좌석이 있다면 옆 좌석을 구매할 수 있는 항공사도 있다. 장시간 이동 시 옆사람이 드나들지 않아서 편하고 3열 좌석에서는 누워서 갈 수도 있다. 사진 티웨이항공
좌석 앞뒤 간격도 중요하지만, 옆에 누가 앉느냐도 중요하다. 자주 들락거리는 사람이나 내내 우는 아이가 곁에 탄다면 피곤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요긴한 방법이 있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같은 저비용항공이 ‘옆좌석 구매’ 서비스를 운영한다. 출발 당일 안 팔린 좌석에 한해 저렴하게 파는 일종의 ‘떨이’ 좌석이다. 국내선은 편도 1만원, 국제선은 2만~5만원이다. 한 명이 최대 두 좌석까지 살 수 있다. 그러니까 세 자리를 독차지해 누워서 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는 괌·사이판 노선 같은 밤 비행기에서 가족, 커플 여행객이 많이 이용한단다.
좌석 깨알 정보도 미리 알 수 있다
비상구 좌석이든 옆좌석 구매 서비스든 추가 비용이 든다. 저렴한 할인 항공권을 샀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 돈 들이지 않고 조금이라도 편한 자리를 고르는 법은 없을까?
이럴 땐 전 세계 모든 비행기 좌석의 정보를 제공하는 ‘시트구루(Seatguru)’ 사이트가 유용하다. 좌석 간격과 등받이 기울기, 전원 플러그 보유 여부 등 항공사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깨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용객이 직접 올린 기내식 인증샷도 많다.
사실 좋은 좌석은 개인 취향 문제이기도 하다. 창가 석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천천히 내리더라도 화장실 다니기 편한 뒷자리가 좋다는 사람도 있다.
비상구 좌석도 다 좋은 건 아니다. 팔걸이에서 모니터 화면이 올라오는데 시청 각도가 불편하다. 발밑에 짐을 둘 수도 없다. 날개 옆자리는 난기류 때 떨림이 적지만 소음이 심하다. 어느 자리든 단점도 있다는 걸 알아두자.
최승표(sp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