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1인당 명품 소비가 세계 최고를 기록한 배경에는 집값 급등에 따른 주택 소유자들의 도취감과 자산 사다리에 올라타지 못한 젊은 층의 ‘욜로'(YOLO·인생은 한번뿐) 가치관이 자리 잡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평가했다.
이 통신은 26일 ‘세계 최대의 사치품 소비자들은 상표를 사랑하는 한국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주 전 공개된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명품 소비 분석 보고서를 거듭 전하면서 이처럼 분석했다.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지난해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로, 미국의 280달러나 중국의 55달러 등을 따돌리고 세계 1위인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이제 명품 기업에 한국은 2배 이상의 인구를 가진 일본만큼 중요한 곳이 됐다며 프라다, 몽클레르, 버버리 등 최고가 브랜드 소매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한국의 집값은 일부 도시의 경우 2배 수준으로 오를 만큼 급등했고 주택 소유자들은 부자가 됐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며 자산 가치 상승을 명품 소비 증가의 원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비교적 젊은 층인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가 주택 구매를 포기하고 대신 고가품 소비에 나서면서 명품 수요를 한층 더 끌어올린 동력이 됐다고 이 매체는 평가했다.
실제 30세의 한 근로자는 “집을 살 수 없는데 무엇 때문에 저축을 하겠느냐”며 젊은 세대의 모토는 ‘욜로’라고 말했다.
앞서 엘페이와 엘포인트 운영사인 롯데멤버스가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20대의 명품 구매 건수는 2018년보다 70%가량 늘어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바 있다.
블룸버그는 한국 젊은 층의 명품 소비를 자극하는 환경 요인으로는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의 확산과 K팝 스타를 비롯한 유명 연예인의 명품 브랜드 홍보대사 활동 등을 들었다.
소셜미디어 관리 플랫폼인 훗스위트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소셜미디어 활성 이용자 비율은 세계 3위 수준이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한국의 가계부채가 미국, 일본 등보다 더 부담스러운 수준인 가운데 금리가 오르면서 작년 3분기 집값이 세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하락했다며 이제 역풍이 불고 있다고 우려 섞인 목소리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이원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이런 종류의 붐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며 1990년대 거품 경제가 터진 뒤의 일본을 언급하면서 “유사한 것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이 매체에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