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도 어김없이(?) 총기난사 사건이 잇달아 터지고 있다.
최근에도 캘리포니아주에 이어 워싱턴주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3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다중공격참사가 발생했다.
백악관과 연방정부는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재발 방치 조치를 취하겠다고 다짐하지만 결국 ‘용두사미’이다.
그럼에도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을 고쳤으면 하는 것이 민초들의 한결 같은 마음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다.
미국에서 총기 문제가 사회적 고질병이 된 지 오래나, 최근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빈발하고 있어 더욱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아마도 미증유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반인의 총기 소유가 급격하게 늘어난 탓이다.
총격사건을 추적하는 비영리단체인 ‘총기폭력 아카이브'(Gun Violence Archive)에 따르면 지난해만도 미국에서 약 640건이 일어났고, 4만3500명이 사망했다. 이는 지난 한국전쟁당시 미군 사망자 3만7천명보다 많은 수치이다.
실로 엄청난 숫자가 총기 사고로 희생당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미국인들의 삶의 일부가 된 느낌이다.
총기 사건이 일어나면 총기 소지권에 대한 논쟁은 다시 높아지나,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나는 듯 사람들의 뇌리속에서 잊혀진다.
게다가 총기 관련 제도를 고치려면 정치권의 이해관계, 사회 근저에 깊숙이 자리잡은 총기 문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동안 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총기규제 강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워싱턴D.C.를 비롯한 19개 주에서 위험인물에 대한 총기 구매, 소지 등을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레드 플래그(Red flag)법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연방이 아닌 주 단위 차원인데다 법망도 많이 허술해 실효는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의 절반은 가정이나 직장 등에서 사소한 다툼이나 불만 등이 범행 동기였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대책마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지만 총기 규제 법안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과 행동은 항상 후순위이다.
총기 규제에 가장 큰 걸림돌은 열의의 차이이다. 반대는 거세지만, 전미총기협회(NRA)와 총기 옹호파 정치인들은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이들은 상황이 불리할 때면 애써 변론하거나, 침묵하며 시간을 끈다. ‘시간이 지나면’이란 영화 카사블랑카의 노래 제목처럼 ‘늘 같은 핑계’일 뿐이다.
얼음장 밑으로 봄이 오듯이, 총기 문제에 대한 정치의식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는 조짐이 있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총기 문제는 경제난, 낙태권과 함께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 어쩌면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공화당이 하원에서 가까스로 이기고, 상원에서는 패배한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새해 벽두부터 잇단 사건으로 인명피해가 커지면서 또 다시 총기사건에 대한 해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공격용 무기와 대용량 탄창 사용을 금지하고 총기 구매 제한 연령을 21살로 높이는 법안의 통과를 연방의회에 촉구했다.
이번에는 워싱턴 정가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하다.
민주, 공화 양당의 견해차는 아직도 크다. 민주당은 총기난사 사건 예방을 위해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반면, 공화당은 정신건강 문제나 보안 강화 등에 주력하는 입장이다.
분명한 것은 일부 대량 살상용 무기의 제한은 결코 헌법상 보장된 무기 소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담배와 알코올 판매도 성인 21세이상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