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범죄·난사 등에 자구책
총기를 소유한 아시아계 주민이 증가하고 있다. 증오범죄, 총기난사 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하자 방어 목적을 위한 총기 구매 사례가 늘고 있다.
LA타임스(LAT)는 웨스트LA의 평범한 40대 한인 여성이 최근 잇단 사건에 위협을 느끼고 남편과 호신용 총기를 사는 것을 논의하고 유튜브로 총기 사용법을 익히는 등 아시아계 주민에게 있어 총을 소유한다는 것이 안전함을 느끼는 방법이 되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총기 폭력 방지 단체인 길포드법률센터 알렉스 응우옌 리서치 매니저는 “아시아계는 원래 타인종보다 총기 소지 비율이 낮은 편이지만 팬데믹 기간 총기 소유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아시아계의 총기 구매 증가는 통계로도 입증된다.
전국스포츠사격재단(NSSF)이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21년 아시아계의 총기 구매는 전년 대비 27.1% 증가했다. 물론 백인(60.5%), 흑인(44.8%), 히스패닉(36.9%) 등도 모두 늘었지만, 아시아계의 총기 구매가 30% 가까이 늘어난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아시아계의 총기 구매는 가주 지역의 각종 범죄 증가와 맞물린다.
가주총기소유자협회 샘 파드레스 디렉터는 “특히 가주 지역 아시아계의 총기 소유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게 특징”이라며 “이는 단순히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을 넘어 증오범죄 등으로부터 가정과 사업체를 지키기 위한 대응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아시아계의 총기 구매 비율은 최근 들어 증가 추세를 보인다. 글렌데일 지역 G 총포상 관계자는 “과격 시위, 미행 강도, 업소들을 노리는 떼강도, 증오범죄 등이 발생할 때마다 총을 사러 오는 아시안이 정말 많아졌다”며 “최근 몬터레이 파크 총기 사건이 발생하자 총기 구매에 대한 문의 전화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LA동부 지역에서 리커스토어를 운영하는 로널드 배씨는 “팬데믹 이후 강도 사건, 증오범죄 등이 늘다 보니 총기를 구매한 한인 업주들도 많아졌다”며 “그만큼 업주들도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생명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확고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LA타임스는 “일부 아시아계 남성들은 군대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총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일례로 1992년 LA 폭동 때 옥상에서 총을 들고 한인타운을 지키는 한인 업주들의 사진을 봐도 알 수 있다”고 보도했다.
총기 소유는 헌법상 권리를 바탕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 되지만 총기 단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도 아시아계의 총기 구매를 부추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총기폭력방지정책센터 조시 슈가맨 디렉터는 “팬데믹 기간 아시아계 증오범죄가 증가하자 총기 업계는 이를 총기 판매의 기회로 여겼다”며 “팬데믹 기간 총기 광고, 총기 잡지 표지 등을 보면 아시아계 등 비백인 그룹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총기 사건 등이 발생할 때마다 총기 클럽에 대한 관심은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20년 LA프로그레시브슈터를 설립한 톰 응우엔 대표는 “현재 600명 정도 학생이 있는데 그중 25%가 아시아계로 기본 사격술, 방어 목적의 총기 사용 등을 배우고 있다”며 “이는 가주가 각종 범죄 증가로 통제 불능 상태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 데다 특히 총기 사건이 발생하면 학생들의 문의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즉석범죄전과조회시스템(NICBCS) 통계에 따르면 가주에서는 지난 한해 총 총기 구매를 위한 신원조회 신청이 총 143만1993건이었다. 가주에서는 해마다 총기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10년 전(2012년·113만2603건)과 비교하면 신원조회 신청은 오히려 26% 증가했다.
LA지사 장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