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 4중창 그룹 포레스텔라가 최근 애틀랜타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1천 8백석의 공연장은 남녀노소의 한인 및 현지인들로 만원사례를 이뤘다. 그리고 두 시간 여 동안 이들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퓨전 음악에 열광했다.
K-pop은 이처럼 대중성이 있고 팬 동원력이 있다.
벌써 오래전 일이지만 현 애틀랜타 한인회관 건립기금을 모금하기 위해 31대 한인회(회장 오영록)가 마련한 윤도현 밴드 초청 콘서트 때도 2000명 규모의 공연장이 꽉 찼었다.
반면, 클래식 음악은?
필자는 최근 한 클래식 음악회에 간 적이 있다. ‘가극과 오페라 아리아의 밤’이다.
애틀랜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바리톤 임성규씨와 소프라노 홍승희씨, 피아니스트 장현화씨 등이 함께 만든 콘서트였다.
모처럼 힐링의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수준 있는 공연에 관객 수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 아쉬움이 남는다.
이민 생활을 하다 보면 문화생활을 즐기기는 쉽지 않다. 우선 마음의 여유가 없다. 필자도 미국으로 건너온지 꽤 됐지만, 클래식 콘서트 공연을 보러 간 것은 손에 꼽는다.
그래도 서울에 거주할 때는, 클래식 음악 매니아는 아니나, 가끔씩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등을 찾는 편이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한인들이 필자와 비슷한 생존(?) 환경에 처해 있으리라.
시장원리에 따르면 수요가 적으면 공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닌 게 아니라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씨의 데뷔 30주년 애틀랜타 공연 때도 객석을 메우기에 바빴다는 후문이 있다.
클래식 음악이 가지는 한계이다. 웬만해선 이 공연사업으로 수익을 내기 힘들다.
수요가 적으니 지역한인을 위한 전문 콘서트는 점점 움츠려들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음악에 전념해 생활하는 예술인들도 한계가 있다.
현재 무대 경험이 있는 애틀랜타 거주 한인 음악인들은 채 20명이 안된다고 한다. 이들도 상당수는 시장규모가 큰 뉴욕 등지로 눈길을 돌리는 실정이다.
여기서도 한인커뮤니티는 녹녹치 않지만 상대적으로 문화마케팅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는 주류사회도 마찬가지다. 애틀랜타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재정적으로 고전하고 있다.
숨 솔로이스트 앙상블 김지연 예술감독은 이와 관련, “현지인들이 주관하는 콘서트도 대부분 후원으로 이뤄진다” 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후원자들이 음악과 음악인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 감동적이다”고 김 감독은 덧붙였다.
음대 재학생들에게 해마다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 소속 커뮤니티, 혹은 교회에서 기획하는 음악회도 적극 후원하는 것이다.
우리도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질 높은 내용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다고 한인 음악인들은 확신한다. 좋은 음악회에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이는 다시 후원자들을 모으는 선순환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이민생활의 수준의 한 단계 높이고 풍성하게 하기 위해서도 문화공연에 대한 한인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다”는 게 지역 한인 음악인들의 이구동성이다.
특히 최근 부쩍 많아진 조지아 진출 한인기업들과 한인공연단체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고리가 만들어지면 금상첨화다.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기회는 분명히 있다.
아울러 소액 후원자도 중요하다.
성악가 임성규씨는 “100여명 정도의 후원자가 있으면,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계속 창출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오고 있다. 한인 클래식 음악계도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 애틀랜타에서도 공연이 활발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