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에 김장로님이 만든 사슴 동영상이 올랐다. 장로님 집 뒤 채소밭 철사 울타리 밖, 나무 그루터기 옆 낙엽으로 덮인 빈 터에 누었다가 일어나서 비실비실 피해가는 사슴의 동영상이다. 사슴은 덩치가 큰데 뿔이 하나, 외 뿔 사슴이다.
동영상을 되돌려 시작되는 화면을 자세히 보니, 낙엽으로 덮인 나무 그루터기 옆,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동그란 무엇, 흙에 덮인 바위 같은 선이 움직이고 그 선이 변하여 사슴의 목선이 되더니 사슴의 얼굴이 나타난다.
큰 뿔이 보이는데 하나 뿐이다. 아마도 사진을 찍는 사람을 인식하고 고개를 든 것 같다. 사슴은 귀찮은 듯 일어서서 카메라 쪽을 바라보고, 몇 걸은 걸어가다 다시 서서 카메라 쪽을 바라본다.
서서 이쪽을 바라보는 사슴은 “저 사람이 나를 해치려고 하는 걸까? 위험한 상황인가? 그래도 피하는 게 좋겠지”그렇게 생각하며 마지 못해 천천히 걸어간다. 늙은 노숙자가 잠자던 길거리에서 철거당하며 편치 않은 몸을 끌고 가며 원망스럽게 뒤돌아보는 것 같다.
뿔이 하나밖에 남지 않은 수사슴이 비실거리며 골목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니 두가지가 생각난다. 하나는 초겨울에 차에 치어 죽은 사슴들이고 다른 하나는 짝짓기 싸움에서 밀려난 수사슴의 서글픈 최후이다.
차에 치어 죽은 사슴의 시체를 조지아에서도 보지만 오하이오 살 때 많이 보았다. 특히 늦가을과 초겨울에 차에 치어 죽은 사슴을 많이 보았다. 아들 생일에 이웃도시에 가서 저녁을 먹고 오는 길에 사슴을 치인 적도 있다.
아들이 운전하는 어두운 저녁에 자동차 조명등 불빛 속으로 뭔가 후닥닥 뛰어들어 쿵 하고 부닥쳤다. 놀란 눈에도 보였다. 커다란 사슴이 상처로 비실거리며 길가로 기어가는 모습을. 차를 세우고 보니 차의 앞 범퍼가 찌그러지고, 비실거리던 사슴은 보이지 않았다.
인터넷에 찾아보고 늦가을에 사슴들이 많이 차에 치이는 이유를 알았다. 암사슴이 새끼를 배기위한 배란 시기가 늦가을이라고 한다. 늦가을에 임신 되어야 봄에 새끼를 낳고, 봄에 출산해야 어미가 먹을 풀도 많이 나고, 새끼가 추위를 피해 자라나서 다음 겨울까지 자랄 시간도 있다고 한다.
암사슴의 배란시기가 오면 페로몬이라는 향기가 나고, 수사슴들은 이 향기에 민감하여 멀리서도 그 향기에 자극되어 암사슴 주위에 모인다고 한다. 암사슴 주위에 모인 수사슴들은 서로 싸워서 가장 힘이 세고 우수한 놈을 가리고, 가장 우수한 수사슴의 정자를 받아 암사슴은 임신을 한다고 한다. 페로몬 호르몬에 흥분된 수사슴들의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광란이 차들이 다니는 행길까지 연장되어 차에 치어 죽는 사슴들이 그 때 많다고 한다.
암 나방이 분비하는 냄새를 몇 킬로 떨어진 곳에 있는 수 나방이 알아차리고 모여드는 신기한 행동을 연구한 독일의 한 생화학자가(Aadolf Butenandt) 그 물질이 페로몬이라는 호르몬이라고 밝혔고, 곤충 들로부터 고등동물들까지 짝짓기 할 때 페로몬을 이용하여 짝을 찾고 우수한 짝을 선별하여 다음세대에 우수한 유전자를 전한다는 연구를 했고 그 업적으로 그는 1939년에 노벨상까지 받았다고 한다.
암사슴과 교배하기 위해 수사슴들이 싸우는 모습을 자연(Nature) 이라는 동영상에서 보았다. 암사슴의 페로몬 호르몬에 끌려온 수사슴들은 의식을 치룬다. 천하장사를 가리는 씨름대회같이 수사슴들은 싸워 승자를 가린다.
사슴 뿔은 수사슴의 무기요 힘과 건강의 상징이다. 뿔과 뿔이 부닥치고 얽히고 설켜 밀고 밀치며 싸우다가 뿔이 하나라도 부러지면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밀려난다. 그렇게 밀려난 외 뿔 사슴은 처량하게 사슴 떼거리를 떠나 혼자 헤매다 늑대들의 먹이가 되거나 병들어 죽어 시체는 작은 생명들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자연상태에서 조건이 좋아 사슴 먹이가 풍성하여 사슴 수가 늘면 사슴을 잡아먹는 늑대들 수도 늘어나고, 늑대 수가 너무 많아서 사슴들을 많이 잡아먹으면 사슴수가 줄어들고, 사슴수가 줄어 들면 따라서 늑대 수도 줄어 들고, 그렇게 자연에는 먹이사슬에 균형과 질서가 생긴다고 한다.
고양이를 기르면 집에 쥐가 적어지는 이유와 같다. 사람들이 늑대가 위험해서 제거하니, 그들 간의 자연의 균형이 깨진 결과로 사슴들이 많아진 이유 중에 하나라고 한다. 조지아에도 100만 마리의 사슴이 있다는 통계도 있다.
김장로님이 만들어 보내준 외 뿔 사슴 동영상을 다시 본다. 배란기의 암사슴 앞에서 강한 수사슴과 싸우다 뿔까지 빠지고 쫓겨서 안전한 곳을 찾다가, 평소에 안전하게 풀을 먹던 곳, 사나운 개도 없는 채소밭 가를 찾아와서 지친 몸을 쉬다가, 왜 나를 귀찮게 해 하며 마지못해 일어나 골목길을 힘없이 걸아 나가는 외 뿔 수사슴. 암사슴의 배란과 페로몬, 수사슴의 흥분과 싸움, 출산으로 이어지는 새 세대, 사슴들은 살아 가는 것인가 살려지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