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랜딩(연착륙)’과 ‘하드랜딩(경착륙)’ 전망이 맞서고 있는 미국 경기 예측에서 최근 제3의 시나리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향후 미국 경제가 침체나 소강상태에 빠지지 않고 상당 기간 호황을 유지할 것이라는 ‘노랜딩(무착륙)’시나리오를 지지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급속도로 기준금리를 상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침체를 피해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확산한 배경은 당초 예상과 어긋난 각종 경제 통계다.
최근 미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1월 비농업 일자리는 51만7천 개 증가해 시장 전망치를 3배 가까이 상회했고, 실업률은 3.4%로 54년 만의 최저치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마크 지안노니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긴축정책으로 고용시장이 안정되기 시작했다는 기존 통계와는 흐름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지안노니는 “최근 통계를 보면 연준의 금리 인상은 당초 예상보다 노동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1월 미국 제조업 분야의 평균 주당 가동시간은 1.2% 상승하면서 성장을 이어나갔다.
노동자 입장에서도 임금상승률은 둔화했지만,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늘면서 더 많은 임금을 수령하게 됐다. 미국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지난 1년간 8.5% 늘었고, 1월에는 1.5% 증가했다.
이에 따라 최근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가 향후 12개월 내 불황에 빠질 확률을 35%에서 25%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3% 선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경기 흐름이 지속될 경우 물가상승률이 2% 선으로 떨어지는 경기 연착륙 상황은 도래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WSJ은 노랜딩 시나리오는 아직 소수설이라고 지적했다. 더 많은 전문가가 경기침체나 소강을 예측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연준의 금리 인상이 현실 경제에서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시차가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2006년의 경우 금리 인상이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치는데 1년 반이 걸렸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최근 경기 상황을 감안해 연준이 긴축 정책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리선물 시장에선 연준이 오는 6월까지 기준금리를 5% 이상으로 올릴 확률을 90%로 보고 있다. 지난달까지 이 확률은 45%였다.
미국의 보험사 네이션와이드의 미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캐시 보스차칙은 “기업의 수익은 갈수록 줄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고용을 줄이면서 올해 중반부터 경기 소강이 시작되리라 예측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