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14일(현지시간) 현재까지 4만명 이상이 사망한 가운데 온라인상에서 피해 지역 후원을 내세워 가짜 모금 활동을 하는 사기 행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날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사기 계정들은 지진 피해 현장이나 구조대원의 사진과 영상을 트위터 등에 올린 뒤 피해자들을 위한 후원금을 요구하고 있다.
BBC는 “틱톡 한 채널은 3시간 동안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폭발 음향 효과 등을 사용해 파괴된 건물 사진 등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이어 “카메라 밖에선 한 남자가 웃으며 중국어로 말하는 소리도 들린다”며 “해당 콘텐트에는 ‘튀르키예를 돕자’ 지진 피해자를 위해 기부하세요’ 등 문구가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틱톡 영상에는 폐허가 된 지역에서 괴로운 얼굴로 도망치는 어린이의 모습이 담겼다. 해당 계정주는 “제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시청자들에게 ‘선물하기’ 기능을 통해 틱톡 디지털 화폐로 후원해달라고 했다.
BBC는 해당 사진은 최근 튀르키예 지진 때 찍힌 사진이 아니라 지난 2018년 트위터에 게시된 바 있는 이미지라고 지적했다.
BBC는 계정의 소유주가 누구인지, 기부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수익의 70%가 수수료 명분으로 틱톡에 돌아가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다만 틱톡 측은 수수료가 그보다는 적다고 밝혔다.
틱톡 대변인은 BBC에 “우리는 틱톡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단체 회원을 사칭하거나 그런 오해를 일으키는 행위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물 잔해 속에서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 등을 올리며 후원금을 요청하는 트위터 계정도 다수 적발되고 있다.
한 트위터 계정은 소방관이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과 함께 암호화폐 지갑 주소 2개가 적힌 트윗을 12시간 동안 8차례 올렸다.
해당 사진은 인공지능(AI)이 만든 가짜 사진으로, 자세히 보면 아이를 안고 있는 소방관의 오른쪽 손가락이 6개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트윗에 올라온 암호화폐 지갑 주소 중 하나는 2018년부터 사기 계정에 사용된 것이고, 또 다른 주소는 러시아 SNS인 브콘탁테(VK)에 포르노물과 함께 올라와 있다.
해당 계정주는 BBC에 “사기가 아니다”라며 “기부금을 제대로 썼다는 것을 영수증을 통해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BBC는 그러나 이들이 영수증이나 신분증을 보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