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10명 중 6명은 긴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비상금 1000달러도 감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 업체 뱅크레이트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1000달러 이상의 목돈이 있어야 하는 갑작스러운 지출 비용이 발생했을 때 저축으로 대응 가능하다는 소비자들은 10명 중 4명에 불과했다. 모아둔 돈이 없어서 크레딧카드를 대신 사용하겠다고 한 응답률이 25%나 됐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연체 이자율(APY)이 20%를 넘어섰음에도 급전이 필요하면 크레딧카드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재정 상황이 넉넉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특히, 연 소득이 5만 달러 이하인 18~26세의 젊은층이 비상금 마련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윗세대보다 더 많은 소비를 하지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재정 능력이 뒷받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는 소비자들의 저축이 감소한 이유로 고물가와 크레딧카드 이자율 상승을 꼽았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해부터 40년래 최대 폭의 인플레이션을 잡을 목적으로 기준금리를 4.50~4.75%까지 공격적으로 인상하면서 APY가 20%대를 돌파했다.
고물가로 생활비를 크레딧카드로 감당하던 소비자들이 카드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이를 갚는데 이미 모아 둔 돈을 소비했지만, 금전적 여유가 없어서 저축도 못 하는 상황이다.
한 전문가는 “소비자들이 물가 상승으로 인한 생활비 급증에다 카드빚과 이자까지 부담하면서 저축은 꿈도 꿈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일부는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는데, 크레딧카드를 사용하면서 빚의 굴레에서 갇혀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업체의 조사에 의하면 설문조사 응답자 중 70%는 인플레이션으로 저축하는 돈을 줄였다고 답했다.
마크 햄릭 뱅크레이트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4명 중 1명이 1000달러의 급전을 감당 못 해서 크레딧카드를 사용해야 한다는 건 서민들의 재정상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금융정보 매체 월렛허브는 현재 신규 발급 크레딧카드의 평균 이자율은 21.4%, 기존 카드들은 평균 19.0%라고 최근 전했다. 2011년엔 각각 16.6%와 13.4%보다 4.8%포인트와 5.6%포인트나 높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연체 이자율은 더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카드빚 규모를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 소비 전문가는 “실직, 건강 악화 등으로 예상치 못한 긴급 상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최소 월수입의 3개월분을 비상금으로 저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훈식 기자 woo.hoonsik@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