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전망보다 금리 인상폭 더 커질수도
원화환율 두달만에 다시 장중 1300원선
미국 물가지표가 연이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시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빅스텝)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연준에서는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 2명이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 인상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이달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대해 “당시 0.5%포인트 인상 속도를 유지할 설득력 있는 경제적 사실들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향후 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리도록 묶여있는 것은 아니라면서 “항상 0.25%포인트를 올리는 건 아니다. 경제적으로 필요하면 더 빨리 움직일 수 있고, 어떤 회의에서든 더 많이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준금리가 5%를 넘어야 할 것이라는 내 전망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다음 달 적절한 금리 인상 폭은 향후 발표되는 지표를 종합해 판단해야 하는 만큼 아직 구체적 수치를 언급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이날 다른 행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본인이었다면 이달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을 지지했을 거라면서, 가능한 한 빨리 움직여 금리 수준을 5.375%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수준까지 가는 것을 미뤄서 좋을 게 별로 없다”면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길 것이란 게 종합적인 내 판단”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그가 다음 달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을 지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연준은 앞서 1일 FOMC 회의를 거쳐 기준금리를 4.50∼4.75%로 0.25%포인트 올렸다. 당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두어 번(couple) 더’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언급했음에도 시장은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1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의 2배에 가까운 51만7000개 늘어나고,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모두 시장 예상치를 넘어선 데다 전월 대비로는 오히려 상승 폭이 커지면서 매파적 의견이 주목받고 있다.
연방 노동부가 발표한 1월 P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7%, 전년 동월 대비 6.0%로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5.4%)를 웃돌았다. 특히 전월 대비 상승률은 작년 6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고 작년 12월 0.2% 하락에서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기준금리가 연준이나 월가의 예상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연준이 지난해 초까지 인플레이션에 대해 ‘일시적’이라고 오판한 것처럼 지금도 물가를 잡기 위해 필요한 금리 수준을 과소평가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JP모건체이스의 브루스 카스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시장 기대보다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고, 도이체방크 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매슈 루제티는 이번 주 미국 기준금리 고점 전망을 기존 5.1%에서 5.6%로 끌어올렸다.
연준이 다시 빅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달러화가 다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300원 선을 두 달 만에 넘어섰다가 14.7원 오른 1299.5원으로 장을 마쳤다.
김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