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에서 작년 한 해 동안 경찰의 총격에 사망한 사람이 1천96명에 이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자체 집계를 토대로 21일 보도했다.
이는 전년도 1천48명을 넘어 WP가 집계를 시작한 2015년 이래 최고치로, 2017년 이후 6년째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22년에는 경찰의 총기가 쉼없이 불을 뿜은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365일을 통틀어 경찰 총격 사망사건이 벌어지지 않은 날은 단 15일뿐이었다. 2살짜리 유아가 경찰에 총에 맞아 숨지는 일도 있었다.
과거에는 월 사망자 수가 90명에 이르는 경우가 드물었으나 작년에는 예외 없이 매월 90명 가까이가 경찰의 총에 숨졌다.
총기가 발사된 상황은 제각각이었다.
미시간주의 한 경찰관은 26세 콩고 난민 청년의 뒤통수에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 경찰관은 해고됐을 뿐 아니라 2급 살인죄로 재판에까지 넘겨졌지만, 본인은 정당방위였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샌안토니오에서는 13살 소년 안드레이 허낸데즈가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허낸데즈는 절도 차량을 타고 다니다 자신을 추적해온 경찰에 일부러 충돌하는 등 경찰을 위협했다. 경찰은 추가 충돌을 막으려 그에게 총기를 발사했다고 한다. 총을 쏜 경찰관은 기소되지 않았다.
가정폭력에 대한 출동에서도 경찰 총기 사고가 많았다고 WP는 보도했다. 2022년 최연소 경찰 총기 사망자인 2살 여아 클레슬린 크로퍼드의 사망도 가정폭력과 연관돼 있었다.
당시 클레슬린의 아빠는 캔자스에서 캠핑카에 탄 채 딸과 아내를 인질로 잡고 경찰을 향해 총기 약 90발을 발사하며 대치 중이었다. 아내는 이미 살해당한 상태였다. 이때 경찰이 캠핑카에 총 1발을 발사했는데, 그 총알이 하필 아이를 맞혔다.
경찰이 캠핑카에 진입했을 때는 일가족이 모두 숨진 채였다. 용의자였던 아빠는 자신에게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전후 사정이 다양한데다 미국 전역에 1만8천개 경찰관서가 있는 만큼, 경찰 총기 사망 사건이 증가하는 원인을 하나로 콕 짚기는 어렵다고 WP는 설명했다.
경찰서별로 봐도 해마다 숫자가 들쑥날쑥해 특정한 경향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
미국 내 총기 구매가 늘면서 총기를 보유한 용의자도 늘고, 이에 따라 경찰이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했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관의 과도한 무력 사용을 자제하도록 하는 제도 개편이 지연된다는 점도 거론된다.
다만 경찰의 총기 사용이 흑인에 비교적 집중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WP는 2022년 경찰 총기 사망자 중 흑인의 비율이 미국 전체 인구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비율보다 2.5배 높았다고 분석했다.
저스틴 닉스 오마하 네브라스카 대학 형사사법 교수는 “경찰이 언제 총기를 사용하고 사람을 다치게 하는지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언제 총기 사용을 회피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