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도 심각…30%가 극단선택 고려
학교·부모·커뮤니티가 관심 기울여야
미국의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총기 폭력이 확산되고,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이 심각한 상태다. 올들어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에서는 청소년들이 연루된 총격 살인과 총기 폭력 사건이 크게 늘고 있다. 아울러 정신적 고통을 가중시키는 우울증까지 확산되면서 어려운 상황에 빠진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학교가 생명줄”이라며 “학교와 연결돼 있다고 느끼는 학생일수록 정신건강이 더 나은 상태를 보여준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총기와 마약, 소셜미디어에 무분별하게 노출돼 있는 청소년들에게 학교와 부모, 커뮤니티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 ‘아메리칸 드림’이 ‘아메리칸 저주’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청소년 연루 범죄 급증=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에서 청소년들이 가담하거나 희생자가 되는 총격·살인 사건들이 급증하고 있다. 귀넷 메도우크릭 고등학교 재학생으로 지난해 7월 실종 신고된 수사나 모랄레스(16세)는 지난 6일 대큘라 근처 숲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전 도라빌 경찰 마일스 브라이언트(22)가 지난 13일 시체유기, 허위 신고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귀넷 경찰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아는 것은 모랄레스가 브라이언트의 손에 죽었다는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브라이언트는 현재 기존 혐의에 살인 및 납치 혐의까지 추가되어 기소됐다.
지난 21일에는 피치트리시티에서 15세 메디슨게스와인이 아파트 침대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으며 10대 소년 용의자 3명이 체포됐다. 피치트리 시티 경찰에 따르면 게스와인은 페이엇빌에 있는 화이트워터 고등학교 학생으로, 어머니가 머리에 총상을 입은 딸을 발견했다.
같은날 체포된 용의자 3명은 모두 18세로 페이엇 카운티 구치소에 수감됐다. 맷 마이어스 피치트리 시티 경찰 부서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피해자와 용의자는 아는 사이였으며, 총격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메트로 지역 일대에서 청소년 범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조지아 수사국(GBI)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안드레 디킨스 애틀랜타 시장은 2023년을 ‘청소년의 해’로 선포하며 청소년들을 범죄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또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청소년들을 조폭 범죄에 끌어들이는 행위에 대해 형량을 무겁게 가중처벌하는 법안을 제안해놓고 있다.
▶우울증도 심각= 미국 10대 여성 청소년의 30%가 자살을 심각하게 고려할 정도로 우울증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21년 전국 고등학생 1만7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주 발표한 ‘청소년 위험 행동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고생 응답자의 57%가 ‘지난 1년 동안 최소 2주 이상 매일 슬프거나 희망이 없다고 느꼈다’고 답했다.
이는 10년 전인 2011년 조사(36%)보다 21%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동일한 증상을 호소한 남고생도 같은 기간 21%에서 29%로 늘었다.
특히 여고생의 경우 3명 중 1명인 30%가 “지난 1년 동안 자살 시도를 심각하게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자살계획까지 세운 경우도 2011년 15%에서 2021년에는 24%로 높아졌다. 실제 자살을 시도한 여고생은 13%, 남고생은 7%였다.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더 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학생들이 폭력과 차별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CDC 조사에 따르면 여고생 중 18%가 성폭력을 겪었고, 14%가 강간 피해를 봤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우울증, 불안, 자살에 대한 생각으로 시달린 청소년들에게 어려움을 겪고 있던 청소년들을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갔다. 여기에 외모 지상주의, 불건전한 소셜미디어 영향 등이 겹치며 불안과 우울증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조지아주에서도 병원들이 충분히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우울증을 겪는 10대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