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경기예측을 두고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그만큼 형세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불확실성 시대’다.
많은 경제분석가들은 그동안 경기침체를 예상했다, 다만 깊고도 긴 불경기인 하드 랜딩이냐, 아니면 가볍고 짧은 후퇴를 뜻 하는 소프트 랜딩이냐를 놓고 시각차를 보였다.
그동안 하드 랜딩이 우세를 점하더니 지난해 말부터 소프트 랜딩 주장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올 2월 초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ed·연준)가 스몰 스텝(0.25포인트)으로 금리를 인상하자, 소프트 랜딩론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이것도 잠시, 올해 1월 고용지수가 발표되자 상황은 다시 급변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와 관련, “성장을 지속하는 제3의 시나리오를 바라보는 경제전문가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랜딩 없는 경제성장은 불과 얼마전까지도 상상하진 못한 시나리오였다.
이 같은 낙관론은 지난달 고용열풍과 소매판매 급등을 비롯한 경제 호성적이 잇따라 발표된데 따른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올 1월의 미국고용은 3.4%의 실업률로 54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51만 7000개나 일자리를 늘리는 고용열풍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보다 2배나 많은 규모이다. 금융계나 재계는 물론, 일반 서민들까지 모두가 놀란 것은 당연하다.
소매판매도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달 연속 마이너스 1%를 기록했으나, 올 1월 플러스 3%로 가파른 상향곡선을 그렸다.
이는 미국민들이 고물가와 고금리의 2중고 속에서도 강력한 고용시장 덕분에 씀씀이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소비지출이 70%나 차지하고 있는 미국경제에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개인 저축액은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인들의 평균 실질 임금은 하락했지만, 총 실질임금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반영하듯 골드만 삭스는 올해 불경기를 겪을 가능성을 당초 35%에서 25%로 크게 낮췄다. 모건 스탠리도 “미국경제가 랜딩 없이 성장을 지속하게 될 것“으로 수정 평가했다.
문제는 여전히 내재하는 인플레이션 불안이다. 고용-소비-생산의 강력한 회복세 속에 계속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경제와 더딘 물가상승률하락(Disflation)이 연준의 고강도 긴축 장기화 우려에 불을 붙이고 있는 것이다.
연준의 매파 인사들도 때맞춰 다시 ‘빅스텝(0.5%포인트)’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연준 발 긴축 우려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고물가-고금리시대’가 계속될 것이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인혁 웨스턴 캐롤라이나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 경기동향을 속단하기에는 아직 고려해야할 변수가 많이 남아 있어, 물가안정단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물가가 안정적이라는 확실한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 연준은 쉽게 금리를 낮추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따라서 연준은 적어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빅 스텝은 아닐지라도 통상적인 금리조정 방식인 스몰 스텝은 계속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기대와는 달리 금리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의미다. 또한 상당기간 하방경직성을 보일 것이다.
서민들도 고물가-고금리 시대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에 맞춰가는 생활패턴이 필요하다. 특히 자영업자의 경우 더욱 현실을 직시하고, 기업 경영에 반영하는 지혜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