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출마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민주당 예비 경선 주자들이 조용히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바이든이 출마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민주당원들이 조용히 준비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추진이 더는 절대적으로 확실해 보이지 않으며, 당과 최고 참모들, 잠재적 후보들은 2024년에 대해 불확실성을 간직한 채 ‘플랜 B’를 조용히 숙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측근 보좌진이 지난 수개월 간 공식 출마 선언을 준비했지만, 대통령이 아직도 결심하지 않은 상황에서 출마를 접을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당초 보좌진은 출마 선언 최적 시점으로 2월을 제안했으나 사실상 지나갔으며, 이젠 4월에 하는 방안에 중지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4월이란 목표도 확정적이지 않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바이든의 생각을 잘 아는 소식통 4명에 따르면 “현실 세계 사건들”이 개입하면서 최종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최고위 참모들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발표 시점이 빨라야 4월일 것으로 예상한다. 한 참모는 “우리가 필요할 때까지 선거운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가 대통령인데, 선거에 일찍 뛰어들 필요가 있냐”고 반문했다.
측근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결국 출마를 결정할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그의 우유부단함 때문에 민주당 전반에 걸쳐 활동이 얼어붙으면서 어색한 상황이 초래됐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일부 잠재적 경선 후보들과 고액 정치자금 후원자 다수가 공개적으로는 바이든을 지지하고 존중하면서 ‘플랜 B’ 개발 등 전략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는 바이든이 물러날 경우에 대비하는 듯한 행보를 하고 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도 마찬가지다. 물론 여차하면 부인할 수 있을 정도로 모호한 조처 위주다.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재선된 프리츠커 주지사와 뉴섬 주지사는 선거운동본부를 해체하지 않고 대기시켰다. 샌더스 의원은 최근 저서『자본주의에 화를 내도 괜찮아』를 출간하고 전국을 순회하는 북 투어에 나섰다. 2024년 재선에 도전하는 클로버샤 의원은 소속 주(미네소타)가 아닌 다른 주(펜실베이니아)에서도 모금행사를 열었다.
한 측근은 “(대통령이) 출마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아니다. 그가 출마할 것이라고 전제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 결정될 때까지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민주당 전략가는 바이든 대통령이 결국 출마하더라도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게 하면 의심과 문제가 생긴다”고 우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사 결정에 오랜 시간 걸린다는 정평이 있어 이런 상황이 새로운 건 아니다. 측근들은 바이든을 ‘델라웨어의 햄릿’으로 묘사한다. 바이든은 2016년 대선 출마를 포기할 때도, 2020년 출마를 결정할 때도 결정이 늦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할 때도 스스로 제시한 시점을 한참 지나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결국엔 재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 발표된 NPR·PBS·마리스트 여론조사에서 국정 지지율이 46%로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원과 민주당 성향 무당파 가운데 ‘민주당이 바이든 아닌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응답이 지난해 11월 54%에서 이번에 45%로 감소한 것도 바이든 측엔 고무적이다. (성인 1352명 조사, 오차범위 ±3.3%p)
세 명의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이 가끔 여론조사 관련한 통화 외에 선거운동에 대해 거의 논의하지 않으며, 일상적인 대통령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스스로 접으면 1968년 대선에서 린든 존슨이 재선 불출마한 이후 56년 만의 일이 된다.
바이든 대통령 출마 여부에 대한 백악관 공식 입장은 “대통령은 국민에게 출마 의사가 있다(intends to run)고 공개적으로 말했고 최종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