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상태에서 살인을 저질러 수감된 한 여성이 배 속의 아이는 죄가 없어 석방돼야 하기에 자신도 풀어달라고 요청하는 청원을 제기했다고 AFP통신과 폭스뉴스 등이 2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플로리다의 한 교정시설에 수감돼 있는 나탈리아 해럴(24)은 지난주 변호인을 통해 자신의 석방을 요구하는 청원을 교정당국에 냈다.
해럴은 작년 6월 23일 새벽 마이애미에서 합승용 우버 리무진을 탔다가 다른 여성 승객과 언쟁을 벌이던 끝에 핸드백에 소지하고 있던 권총을 쏴 살해한 2급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그녀는 임신 6주차였고 사건 직후 구치소에 수감됐다.
해럴은 피해 여성으로부터 위협을 느껴 자신과 뱃속의 태아를 보호하려는 정당방어 차원에서 총을 쐈다고 항변한다.
그런데 석방 청원을 낸 것은 자신보다는 임신한 아기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녀의 변호인은 AFP에 “뱃속의 아이도 완전한 사람인데 엄마가 수감될 때 아이는 결정 권한이 전혀 없었다”라며 “아이는 아무런 죄를 짓지 않았지만 열악한 환경의 감옥에 갇혀 있고 콘크리트 바닥에서 태어날 처지”라고 말했다.
청원서는 현재 태아의 엄마도 수감돼 있으면서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찌 보면 황당할 수 있는 주장이지만, 이 청원이 관심을 끄는 것은 이 사건이 작년 6월 대법원이 연방정부 차원의 일괄적인 낙태권을 인정한 옛 판결을 파기한 즈음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임신부의 결정 권한보다는 한 인간으로서 태아가 갖는 헌법상 생명권을 중시한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보면 해럴의 주장도 한번 다퉈볼 만한 여지는 있어 보이는 모양새다.
변호인도 “이번 청원이 대법원 판결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며칠 뒤엔 텍사스에서 승차인원 제한 차로를 달리다 딱지를 끊은 임신부가 배 속의 아이도 사람이니 승차 인원에 넣어달라고 탄원한 내용이 알려져 전국적인 뉴스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