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 몸에 폐암을 키울 수도 있는 라돈 가스가 특정 암석층에서 더 높은 수치를 보인다는 가설이 제기돼 조지아주에서 라돈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무색, 무취, 무미의 자연 방사성 가스 라돈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멘트와 화강암 등에서도 발생하며, 공기 중에도 항상 소량 존재한다. 집안의 라돈 허용치는 보통 4pCi/L(공기 1L 내 방사능의 양). 그러나 환기가 되지 않으면 (가령 지하실에서) 수치가 훨씬 높아질 수 있다.
지도에 빨간 부분은 캅, 풀턴, 디캡, 귀넷 카운티다. EPA는 1993년 전국 라돈 지도를 만들었는데, 빨간 부분은 집 내부의 라돈 수치가 4pCi/L 이상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을 나타낸다. EPA는 사는 지역에 관계 없이 집안 라돈 수치를 측정하고, 수치가 4pCi/L 이상일 경우에는 수리하도록 권고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라돈을 폐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으며, 국가에 따라 라돈이 폐암의 3~14%를 유발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국립 암연구소(NCI)에 따르면 매년 미국의 폐암 환자 1만 5000~2만 2000명의 사망 원인은 라돈 가스다.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라돈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해 흡연, 석면, 벤젠 등 주요 유해물질과 같은 등급으로 관리하고 있다.
제니퍼 칼라일 에모리대 암 연구소 박사는 “라돈에 의한 질병이 나타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며 “라돈으로 인한 DNA 손상은 5~25년 사이에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지아주립대(GSU), 조지아 페리미터 칼리지 등의 조지아 연구진은 2021년부터 국립과학재단과 연방 농무부의 지원을 받아 조지아의 토양 아래 환경이 라돈 가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느 지역에서 라돈이 더 많이 배출되는지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들은 가장 먼저 스톤마운틴 공원에서부터 라돈 측정기를 설치했으며, 다른 메트로 지역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의 분포지도는 1993년 만들어진 것…주민들에 공기의 질 최신 정보 제공해야”
라돈 연구의 책임을 맡고 있는 애슈윈 애쇽 GSU 컴퓨터공학 교수는 지난 20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라돈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지만, 2019년경 집을 사면서 한 지리학자가 라돈가스에 대해 알려주었다”라며 라돈을 처음 알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연구진이 스톤마운틴을 거점으로 선택한 이유는 연방 환경보호국(EPA)에서 발표한 라돈 분포 지도에 스톤마운틴이 속한 디캡 카운티가 조지아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기 때문이다.
애쇽 교수는 “그러나 이 지도는 1993년의 연구 결과이기 때문에, 지금은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대중에게 라돈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제공하고 싶다. 대중은 알 권리가 있다”며 연구의 취지를 밝혔다.
애쇽 교수가 라돈 측정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윤지아 기자
연구진은 단순히 토양에서의 라돈 수치보다 땅속의 수치를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있다. 애쇽 교수에 따르면 이런 연구 방법은 처음 시도된 것이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라돈에 대한 위험도가 널리 알려져 환경부 주관으로 주택의 라돈 오염도를 측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 특히 조지아는 새집을 살 때조차 라돈 수치 측정을 규정하는 법률이 없으며, 단지 EPA의 권고사항일 뿐이다.
애쇽 교수는 이에 대해 한탄하며 “무엇보다 우리(미국) 사회는 공기의 질에 대해 인색하다”며 “집 구매자 혹은 중개인이 신경 써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라돈은 모든 암석과 토양에서 발견되는 우라늄의 자연 방사성 붕괴(natural radioactive decay)에서 생성되며, 하수, 건물의 틈새 등을 유입경로 삼아 실내로 들어오기 때문에 지은지 오래된 단독주택이 라돈 가스에 더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라돈의 특성상 라돈 테스트를 받아야만 집이 안전한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다.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집도 라돈 수치가 높게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내 라돈을 외부로 내보내 농도를 낮춘다는 ‘완화시스템’과 집안 틈새를 막는 조치가 효과적이냐는 질문에 애쇽 교수는 “100%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솔루션은 그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좋은 방법은 건물을 짓기전에 부지의 라돈 수치를 알아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측정 비용도 덜 들고 가스를 내보내기도 훨씬 수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스톤마운틴 외에도 지원자들의 가정에 측정기를 설치해 라돈 수치를 측정하고 있다. 애쇽 교수는 최근 디캡 카운티 학교와도 교사들을 대상으로 측정기 설치 워크샵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주택의 라돈 수치가 궁금하다면 무료로 측정기를 가져가서 쓸 수 있다”며 “관심 있는 주민은 연락 바란다”고 전했다.
▶문의=aashok@gsu.edu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