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화장품 좋긴 해요…. 그런데, 이거랑 거의 똑같지만 가격은 9달러밖에 안 하는 다른 상품도 있거든요.”
“여러분이 살 필요가 없는 물건들에 대해서는 제가 ‘디인플루언스’ 해드리겠습니다.”
텍사스주 댈러스에 사는 얼리사 크로멜리스(26)는 지난 1월 어느 날 스마트폰으로 틱톡 앱을 켰다가 한 콘텐츠에 꽂혔다.
한 틱토커가 어떤 상품을 두고 ‘돈을 받은 인플루언서들에 의해 과대평가된 물건’이라고 거침없이 리뷰하는 영상이었다.
크로멜리스는 이에 착안해 자신도 고가의 헤어·스킨케어 및 메이크업 제품에 대해 여과없이 평가하는 영상을 만들어 올리기 시작했는데, 첫 게시물부터 80만4천개 이상의 ‘좋아요’와 조회수 약 550만회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 “사람들에게 물건을 사지 말라고 설득하는 것이 요즘 틱톡의 새 트렌드”라며 최근 등장한 이른바 ‘디인플루언서'(de-influencer)가 무엇인지 소개했다.
디인플루언서란 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이 큰 콘텐츠 창작자들을 가리키는 ‘인플루언서’의 행태에 반발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통상 인플루언서는 자신의 인지도를 이용해 상업적 홍보로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다 보니 콘텐츠도 점점 진정성이 떨어지고 과소비만 조장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광고대행사 ‘메커니즘’의 최고소셜미디어책임자(CSO) 브렌던 게한은 “인플루언서가 홍보하는 상품이 너무 많아지는 데 대한 반응”이라고 꼬집었다. 틱톡 게시물에 ‘#틱톡 보고 구매'(#tiktokmademebuyit)라는 해시태그가 범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디인플루언서는 “형편없는 물건은 사지 말라”는 솔직하면서도 단호한 리뷰로 팔로워를 끌어모으고 있으며, 이에 상품 브랜드들조차 이들의 ‘반(反)영향력’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향력 빼기’ 활동이 오히려 영향력을 얻는 역설적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인플루언서를 이용한 마케팅 규모가 지난해 총 164억달러(약 21조6천억원) 규모로 정점을 찍은 뒤 변곡점을 통과했으며, 최근 높은 물가의 압력으로 사람들의 소비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지타운대의 로널드 굿스타인 교수는 “부정적인 정보는 믿을만하게 느껴진다”며 “최근 디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반면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은 작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크로멜리스도 한 향수 회사의 광고 게시물을 올릴 정도로 마케팅 업계가 디인플루언서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WP는 전했다.
다만 이들은 광고주들을 훨씬 신중하고 까다롭게 고른다고 한다. 인플루언서처럼 마구잡이로 광고 콘텐츠를 찍어내면 이제껏 ‘디인플루언서’로서 쌓은 신뢰와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져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패션 관련 콘텐츠를 만들며 5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하이디 칼루자(36)는 재활용가능 의류를 만드는 회사와 제휴했고, 팔로워가 약 27만8천명에 달하는 제스 클리프턴(26)은 기후 관련 법안 홍보를 위해 비영리단체와 협력하는 등 사회적 활동을 결합한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칼루자는 디인플루언서 현상에 대해 “소비자들의 필요와 욕구가 변하고 있다”며 “크리에이터들이 청중을 수익화로 연결하는 방법에 있어서 좀 더 목적성을 갖도록 하는 기회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