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만화가 스콧 애덤스(65)의 만평 ‘딜버트'(Dilbert)가 작가의 인종차별 발언으로 워싱턴포스트(WP)와 USA투데이 네트워크 등 수백 개 신문에서 퇴출당했다고 WP가 25일 보도했다.
WP와 USA투데이 네트워크 산하 신문사, 클리블랜드 플레인 딜러,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 미국 전역의 수백 개 신문사는 이날 애덤스가 유튜브 채널에서 흑인혐오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딜버트 연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애덤스는 이날 딜버트를 계속 연재하는 신문이 얼마나 되느냐는 WP의 질문에 “27일(월요일)에는 거의 ‘제로'(0)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1989년부터 직장 풍자 만평 딜버트를 수많은 신문에 연재해온 애덤스는 지난 22일 ‘백인이 되는 것도 괜찮다’는 것에 동의하는 흑인이 절반을 약간 넘는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반발하며 유튜브 채널에서 인종차별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흑인의 거의 절반이 백인과 어울리지 않는다면 그게 증오집단”이라며 “그들과 어떤 관계도 맺고 싶지 않다. 백인들에게 하고 싶은 충고는 흑인들에게서 벗어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흑인들이 교육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며 “흑인들이 비흑인 시민들을 때리는 영상을 연이어 보는 것도 정말 지긋지긋하다”고 덧붙였다.
WP는 그 다음날부터 독자들로부터 딜버트 연재 중단 요구가 이어졌고 결국 만화 연재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문사의 대변인은 “애덤스가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발언을 한 것을 고려해 딜버트 게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디어 그룹 가넷의 소유로 애리조나 리퍼블릭과 신시내티 인콰이어러 등 300개 이상 신문을 감독하는 USA투데이 네트워크는 23일 “만화가의 최근 인종차별 발언 때문에 딜버트 연재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플레인 딜러를 발행하는 어드밴스 오하이오 사의 크리스 퀸 콘텐츠 부사장은 “딜버트 발행 중단은 어려운 결정이 아니었다”며 “우리는 인종차별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콧 애덤스는 이후 유튜브에서 자신의 발언이 맥락을 벗어나 비난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어떤 세법 개정도 인종차별적”이라면서 인종차별 논란을 정치 논쟁으로 포장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그는 이번 사건으로 한때 좋았던 자신의 경력이 돌이킬 수 없게 손상됐다면서 “남은 내 인생의 명성이 파괴됐고 다음 주에는 내 수입의 대부분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인공이 바보같은 상사와 말하는 개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디스토피아적인 사무실을 배경으로 한 딜버트는 한때 전국 2천 개 이상의 신문에 실리고 TV 프로그램으로 제작되기도 했으며, 애덤스는 1998년 전미 만화가협회의 권위 있는 상인 ‘루벤 상’을 받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