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를 사랑하나” 한마디에 곳곳에서 눈물 흘리며 기도 이어져
켄터키주 윌모어 지역의 한 작은 사립 대학에서 진행된 예배가 멈추지 않고 16일간 이어졌다.
애즈베리대학교(Asbury University)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된 기독교 부흥 운동은 무려 400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이 소식은 순식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지역 언론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이를 두고 ‘애즈베리의 부흥 물결’ ’21세기 캠퍼스 대각성 운동’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급기야 CNN, 뉴욕타임스, 폭스뉴스 등 주류언론들도 이 대학에서 일어난 일을 집중 보도했다.
CNN은 지난 14일 “기독교에서는 시대마다 역사적으로 굵직한 부흥 운동이 일어났는데, 이번 애즈베리대학에서 발생한 사건은 그러한 사건에 비견될 정도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애즈베리신학교측은 계속해서 사람들이 몰려들자 불가피하게 지난 23일 마지막 공개 예배를 진행했다. 예배와 기도는 그렇게 마무리됐지만 이 대학에서 자연스레 일어난 기독교 부흥의 물결은 현재 다른 지역으로까지 또다시 번지고 있다.
지난 8일 오전이었다. 애즈베리대학 채플에서는 여느 때와 같이 아침 예배가 진행됐다. 이 학교 학생들은 일주일에 3번 이상 예배에 참석해야 한다.
이날 설교자는 자크 미어크리브스 목사였다. 그는 동네 목사다. 애즈베리대학 산하의 애즈베리신학교를 졸업하고 선교 단체인 엔비전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날 외부 강사로 초대받아 설교를 했다.
미어크리브스 목사는 이날 로마서 12장을 본문을 통해 ‘행동하는 사랑(Love in Action)’이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전했다. 설교 메시지는 단순한 듯 했지만 울림이 있었다. 이날 미어크리브스 목사는 설교 도중 서로에게 ‘당신은 나를 사랑합니까’라고 묻게 했다.
미어크리브스 목사는 “우리는 예수님의 사랑을 알기 전에는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존재”라며 “진정 하나님의 선하심을 알고 그 사랑을 체험했다면 당신도 타인을 사랑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자신을 예수님 앞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배가 끝났다. 이때부터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예배가 종료됐음에도 100여 명의 학생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기도하며 찬양을 이어갔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자발적으로 진행된 기도회였다.
채플을 떠났던 학생들이 하나둘씩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채플은 그렇게 기도하고 찬양하는 학생들로 가득 찼다.
이 대학 신문 ‘칼리지언(Collegian)’은 연일 이 소식을 전했다. 헤드라인만 살펴봐도 ‘부흥이 애즈베리를 뒤덮었다’ ‘계속되는 에즈베리의 부흥’ ‘캠퍼스 전체로 이어지는 예배’ ‘우리는 부흥을 통해 서로 사랑을 배운다’ 등 계속해서 캠퍼스에서 진행되는 예배를 실시간으로 전했다.
칼리지언 알렉산드라 프레스타 편집장은 “평범한 듯 보였던 예배 후에 갑자기 부흥과 같은 역사가 일어났고 그때부터 학생들의 신앙 고백과 찬양, 기도가 끊이지 않았다”며 “눈물 흘리며 찬양하는 학생, 바닥에 무릎 꿇고 함께 기도하는 친구들, 이들이 계속 예배할 수 있게 커피 등을 제공하는 사람 등 채플에서는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 대학에서 예배가 끊이지 않고 진행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 주민들은 물론이고 전국 곳곳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소도시에서 보름 동안 7만 명 몰려…NYT 등 주류 언론도 부흥 역사 주목
애즈베리대학측은 유튜브(youtube) 등을 통해 예배 실황을 실시간 방송으로 내보냈다. 전국 곳곳의 기독교인들은 보름 넘게 이어진 실시간 방송을 통해 예배에 참여했다.
온라인 예배뿐만 아니다. 애즈베리대학이 있는 윌모어는 인구가 6000명에 불과한 소도시다. 대학 측은 “지난 보름여 간 무려 7만 여명이 예배 참석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최 목사(리버티신학교)는 “지난 몇 주 동안 교계에서는 애즈베리대학에서 일어난 부흥 이야기가 단연 화제였다”며 “뉴스와 영상 등을 통해 영적으로 어두운 시대 가운데 젊은이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아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언론은 물론이고 각계 인사들도 애즈베리대학에서 일어난 일을 언급했다.
일례로 개신교 신자로 알려져 있는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1978년 애즈베리 지역에서 진행됐던 찬양 집회에 참석했다가 복음을 접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영접했었다”며 “지금 애즈베리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흥 때문에 많은 이들의 삶이 바뀔 것”이라고 전했다.
애즈베리대학에서 일어난 부흥 운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70년 2월 채플에서 예배를 드리던 학생들이 회개 기도를 하다가 1000여 명이 몰리며 일주일 간 수업이 취소되기도 했다. 이때 애즈베리대학에서는 144시간 동안 예배가 이어진 바 있다.
데이브 노 목사(어바인)는 “유튜브 영상 등으로 매일 애즈베리대학에서 진행된 예배, 학생들의 인터뷰 등을 봤다”며 “그만큼 현시대 속에서 많은 이들이 영적으로 갈급함이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배는 멈추지 않았고,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채플뿐 아니라 캠퍼스 잔디밭도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가득했다. 작은 동네에 사람들이 몰리며 차량 행렬이 줄을 이었다.
아쉬워도 마침표는 찍어야 했다. 이 대학 케빈 브라운 총장은 24일 성명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경험한 것은 어떠한 말로도 표현이 안 될 정도로 역사적인 순간들이었다”며 “캠퍼스에서 우리가 보고 경험한 것은 이제 마무리되지만 부흥은 절대로 끝나지 않는다. 부흥이 이제 타인에게, 다른 영역에, 각자의 삶 속으로 지속적으로 일어나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밝혔다.
다른 대학에서도 예배 계속 이어져
부흥 운동은 기독교 역사에서 계속
애즈베리대학에서 일어난 부흥의 불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대학에서는 사실상 예배가 종료됐지만 불씨는 현재 타지역 학교로 번지고 있다.
애즈베리대학을 필두로 리대학(테네시주), 앤더슨대학(인디애나주), 샘포드대학(앨라배마주), 시더빌대학(오하이오주) 등에서도 잇따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CNN은 에즈베리대학 특집 기사에서 ‘부흥(revival)’이라는 용어에 대해 “기독교에서 많이 쓰이는 이 용어는 참가자들이 집회 등을 통해 영적인 에너지를 받고 그러한 열기가 때로는 몇 시간, 며칠간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미국 기독교 역사에서 대각성 기도회와 같은 부흥 운동은 종종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지난 1906년 4월9일 LA인근 아주사 거리에서 시작된 ‘아주사 부흥 운동’이 있다.
당시 무명의 흑인 목사 윌리엄 세무어가 아주사 지역 한 작은 건물에서 진행하던 집회에 수많은 사람이 몰리며 순식간에 아주사 거리가 부흥 집회 장소로 변했다. 심지어 주변 지역까지 통행이 마비됐고 LA타임스 등 언론들까지 당시 상황을 앞다퉈 보도했다.
영국의 웨일스 부흥 운동(1904년), 인도 카시아 지방 부흥 운동(1905년), 한국 평양 대부흥 운동(1907년) 등도 대표적인 부흥 운동으로 꼽힌다.
이보다 앞선 시대에는 1730~1770년까지 동부지역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났던 1차 대부흥운동이 있다. 당시 합리적 이성과 계몽주의적 시대 정신에 대한 반발이었다. 머리로만 믿는 신앙을 거부하고 진정한 회개를 통해 믿음에 의한 구원을 주창했던 이 운동은 미국 복음주의 신앙의 토대를 마련한 운동으로 평가받는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