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가사·육아가 가중되며 건강을 우선순위에 두지 못하는 여성이 많다. 특히 여성은 생애주기에 따라 월경과 임신·출산, 폐경을 겪으며 다양한 신체적·정서적 변화를 경험한다. 어릴 적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여성 특성을 고려한 건강관리를 해나가야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계기로 세대별 주의해야 할 주요 여성 질환을 알아두고 관리에 나서자.
10대 이른 사춘기와 초경 주의
최근 또래보다 사춘기를 빨리 시작하는 성조숙증을 앓는 여아가 많다. 만 8세 이전에 가슴 멍울이 잡히는 등 이른 이차성징이 시작된 경우다. 사춘기 과정과 성장의 관계를 보면 가슴 멍울이 만져지는 성 성숙 2단계부터 급속 성장기가 시작되고 2~3년 후 초경을 한다. 초경을 하면 급속 성장기는 거의 끝난 상태로 볼 수 있고 약 2년 이내에 성장판이 닫힌다. 처음엔 잘 크는 것 같지만, 골 연령이 빨라져 성인 키는 오히려 작을 수 있다.
치료하면 골 연령이 빨라지는 것을 조절해 성인 키가 작아지거나 정신적으로 어린 상태에서 사춘기가 진행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된다. 치료는 상태에 따라 사춘기 진행을 억제하는 약제를 3~4주 간격으로 주사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고려대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영준 교수는 “사춘기 지연 주사는 성장판이 빨리 닫히는 것을 방지해 키가 꾸준하게 오랜 기간 크는 데 도움을 준다”며 “통증·부기 등 일반적인 주사 부작용 이외의 심각한 부작용을 보인 사례는 극히 적은 것으로 알려진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론 비만이 심한 아이에게서 사춘기 진행이 빠른 경향이 있다. 비만이 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식사와 하루 3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습관화한다. 또 일회용 용기나 플라스틱, 성인용 화장품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할 수 있도록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기른다.
2030대 자궁경부암 검진 충실히
성생활을 시작한 여성이라면 자궁경부암을 안심할 수 없다. 자궁의 아래쪽과 질이 연결되는 부분, 즉 자궁 입구에 생긴 악성 종양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2만 명 이상의 여성이 자궁경부암으로 병원 진료를 받고 한 해 3200명 정도가 새롭게 진단을 받는다.
주요 원인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며 대표적인 초기 증상은 비정상적인 질 출혈이다. 암이 진행할수록 악취가 나는 질 분비물이나 골반 통증, 배뇨 곤란, 체중 감소를 동반할 수 있다. 그러나 증상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최세경 교수는 “자궁경부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아 자가 진단이 힘든 암”이라며 “이상 증세가 나타나면 전문의 상담 후 필요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려면 정기검진을 하고 백신을 접종하는 게 최선이다. 국가 암 검진 권고안에 따르면 만 20세 이상 여성은 2년에 한 번 자궁경부 세포검사를 받도록 한다. 백신 접종으론 HPV 감염에 대한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재감염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비타민 C·E·B12, 엽산, 카로티노이드와 같은 영양 성분은 자궁경부암 예방에 도움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평소 이들을 함유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고, 담배는 전암 병변이 암으로 악화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금연한다.
4050대 골절 방지 위한 골량 유지
중년은 뼈 건강을 챙겨야 할 시기다. 노원을지대병원 정형외과 김진우 교수는 “여성 중에서도 45세 이하에 조기 폐경이 왔거나 골절 병력, 좌식 생활습관, 저체중, 갑상샘 질환, 류머티즘 관절염, 만성 신부전증이 있다면 골다공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골다공증은 뼈가 약해져 쉽게 부러질 수 있는 상태다. 증상이 거의 없어 대부분 뼈가 부러지고 나서야 발견된다. 다만 초기 양상의 하나가 척추뼈가 약해지는 것이다. 척추뼈가 약해져 허리가 구부정해지는 변형이 생기거나 압박을 받아 키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기억해 두는 게 좋다.
골다공증은 골 형성을 증가시키거나 소실을 방지해 현재의 골량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치료한다. 적절한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습관을 교정해야 한다. 우유·치즈·요구르트·달걀·굴·조개·두부·채소 등 칼슘이 많은 음식을 즐기고 칼슘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타민D 합성을 위해 주 2회 약 30분 정도 햇빛을 쐬는 것이 좋다.
골밀도를 낮추는 흡연과 뼈 생성을 억제하는 음주는 피한다. 골밀도 소실 속도를 줄이기 위해선 근육과 운동신경 발달에 신경 쓴다.
6070대 우울증, 인지 기능 관리
노년기 여성은 신체 기능이 저하하고 사회 활동이 줄면서 우울·불안과 같은 감정 변화를 겪기 쉽다. 특히 남성보다 호르몬 변화가 극심해 감정의 흔들림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우울증은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2~3명이 경험할 만큼 흔하다. 이들은 기억력이 나빠졌다거나 매사에 관심과 의욕이 떨어지며 입맛이 줄고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증상을 호소한다. 몸이 여기저기 아프고 소화가 안 돼 가슴이 답답한 상태와 같은 신체 증상이 자주 발생하는 것도 특징이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삶의 질이 낮아지고 신체 질환에 영향을 줘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 이땐 항우울제 등의 약물을 쓰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수면제·안정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다른 약물과 함께 사용해도 안전해 불편함 없이 복용할 수 있다.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꾸준히 병원을 찾아 뇌의 퇴행성 변화를 관찰하고 인지 기능을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외로움·고립감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동년배들과 꾸준히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김선영(kim.suny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