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통일문학상을 수상한 이재봉 원광대 명예교수가 4일 애틀랜타를 방문해 ‘한반도 전쟁 위기와 종전 평화’라는 주제로 둘루스아틀란타 한인교회에서 강연했다. 1994년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과정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박한식 조지아대학(UGA) 명예교수는 어거스타에서 줌(Zoom)으로 강연에 참여했다.
박한식 교수는 1970~2015년까지 UGA 국제관계학 교수를 지낸 세계적 석학으로, 50번 이상 북한을 방문한 북한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재봉 교수는 박한식 교수를 “1996년 올림픽 당시 애틀랜타를 방문한 북한 대표단에 항공편과 숙식 들을 제공하는 숨은 조력자”라고 소개했다.
박 교수는 줌으로 “친북인사라 낙인 찍혀 활동이 뜸했다”고 서두를 떼며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평화란 이질과 이질이 만나 더 높은 차원의 동질성을 창조하는 것으로, 서로 다른 남과 북이 만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박한식 교수는 50번 이상 북한에 방문하며 보고 느낀 것들을 토대로 강연을 이어나갔다. 그는 평양에 깊게 조성된 지하철역을 언급하며 “전쟁이 일어나면 피신할 수 있는 시설을 많이 만들어놨기 때문에 북에서는 사상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남한의 피신 시설, 민간인의 군 복무 경험 부족 등을 이유로 전쟁이 일어나면 남과 미국이 북을 이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이 선제공격하지 않으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바뀌었다. 근래 북한의 군사연습이 선제공격을 마음에 두고 하는 것 같다”며 “평화조약과 정상회담 등을 통해야 전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한편 이재봉 교수는 한반도 전쟁에 대해 “궁극적으로 북한이 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양쪽 다 피해를 볼 것”이라며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잃을 게 많은 강자인 남한과 미국이 양보해야 한다”고 몇 차례 강조했다.
이 교수는 더 나아가 동아시아의 국제 관계와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등을 설명하며 그 사이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남북한이고, “전쟁에는 진보와 보수가 필요 없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해외 동포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미국 선거에 참여하여 한반도 평화와 73년째 끝나지 않는 전쟁을 끝낼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