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절에 세종시 한솔동 자신의 아파트 베란다에 일장기를 게양해 국민의 공분을 샀던 주민이 7일 세종호수공원 내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린 소녀상 철거 촉구 집회에 일장기를 들고 참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주민은 이날 보수단체인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대표 김병헌) 주최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일장기를 흔들며 “평화의 소녀상을 당장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자신의 이름이 이정우이고, 3·1절에 일장기를 게양한 남자이라고 소개한 그는 “(한국과 일본이) 우호 속에 미래 지향적으로 가기를 바라 일장기를 게양했는데, 이렇게 대스타가 될지 몰랐다”며 “저는 외가가 일본이고, 외삼촌께서는 일제시대 때 경성제국대 법학부를 졸업해 경찰 생활까지 하셨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일본이란 나라에 대해 왜 이렇게 난리를 피우는지 모르겠다”며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너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위법한 사실은 없다. 그런데도 집에 쳐들어와 초인종을 누르고 소리를 지르고 욕한 사람은 왜 제지하지 않았느냐”며 “공정하게 생각하고 올바르게 판단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정우 씨와 관련해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3·1절에 일장기를 게양한 사람이 세종시 한 교회 목사로 활동하고 있다”며 그가 최근 자신의 교회에서 한 설교 영상을 올리고 있다.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은 이날 집회에서 “소녀상은 조각가의 그릇된 역사 인식과 일본에 대한 적개심이 투영된 거짓과 증오의 상징물이자 위안부 사기극의 선전도구일 뿐”이라며 “거짓과 증오의 상징인 소녀상을 당장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세종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7일 세종호수공원 내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집회를 열고 소녀상 보호조치 마련을 관계 당국에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세종시 2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세종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전 세종호수공원 내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세종시는 그릇된 역사 왜곡과 보수우익단체의 위협에 노출된 평화의 소녀상 보호 조치를 즉각 시행하고 소녀상을 직관할 수 있는 폐쇄회로(CC)TV를 비롯해 조례에 명시된 실질적인 소녀상 보호조치를 시행하라”고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세종시의원들도 이날 시의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한 보수단체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위해 만든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니 아연실색할 따름”이라며 “우리는 친일 세력의 만행에 굳건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세종남부경찰서에서는 자신을 애국국민운동대연합 대표라고 밝힌 오천도(57) 씨가 지난 3·1절에 일장기를 내건 A씨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A씨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오 씨는 고발장에서 “3·1절에 일장기를 내건 사람이 정상이냐, 일장기 게양을 항의한 광복회 회원과 이웃 시민들이 정상이냐”며 “일본이 좋으면 일본으로 가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