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배마 주립극장 ‘ASF, 앨라배마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연극장은 몽고메리의 문화센터다. 연극을 좋아하는 내가 이곳에 자리잡고 사는 이유 중의 하나인 연극장에서 지난 38년 온갖 배역을 다 맡아서 관객을 웃기고 울린 아름다운 여배우가 있다. 그레타 램버트. To Greta, With Love 나는 그녀의 팬이다.
그녀가 이번 시즌에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서 프로스페로의 역할을 멋지게 열연한다. 남자가 아닌 여자가 이 역할을 소화하면서 약간 다른 해석을 보탠 공연은 새로운 맛이 있었다. 우선 무대를 꽉 채운 폭풍으로 파손된 배의 잔해는 5년 전에 영국의 항구도시 포츠머스에서 본 ‘메리 로즈’를 떠올렸다. 헨리 8세가 특별히 아끼던 대형 범선 메리 로즈는 1545년 프랑스와의 전쟁 시 헨리 8세가 지켜보는 가운데 포츠머스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바다 밑에 잠들었던 이 범선을 437년 후인 20세기에 발견하고 몇 년 조심스럽게 발굴해서 1982년 수면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33년에 걸친 보존 작업 후에 이 배의 잔해는 ‘Mary Rose Museum’ 에서 영원히 쉰다. 500명의 영혼이 스며 있는 범선의 해골을 보는 순간 강력한 전율을 느껴서 쉽게 잊지 못하고 있다.
프로스페로는 공작의 지위를 탐낸 동생의 음모로 딸 미란다와 작은 배로 표류하다가 외딴 섬에 도착해서 12년 동안 복수의 칼을 간다. 과거의 적들이 탄 배가 가까이 다가오자 섬의 정령 아리엘이 마술로 폭풍우를 일으켜 난파시키고 섬에 도착한 사람들은 프로스페로와 다시 엮인다. 모두 과거와 자신들을 직면하고 화해하며 용서가 복수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생음악과 노래가 생기를 보탰고 젊은이들의 사랑은 희망을 줬다. 휴식없이 100분동안 열연한 배우들이 무대를 떠나기 전에 예술감독 Rick Dildine이 무대에 올라 그레타를 위한 샴페인잔을 들었다. 몇 사람이 그레타를 칭송했고 모든 관객은 요란한 박수로 그녀의 퇴직을 축하했다.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작품인 템페스트로 그녀도 ASF 예술 부감독의 자리에서 아름답게 퇴장한다.
원래 그녀는 몽고메리에서 가까운 버밍햄 출신이다. 고등학교 시절에 연극반에 들었다가 연극이 좋아서, 연극에 미쳐서 인생을 바친 여자다. 앨라배마, 플로리다, 워싱턴DC, 뉴욕과 LA 등지로 연극장과 영화에도 잠시 활동했지만 그녀는 1985년 고향인 앨라배마로 돌아와 정착했다. 지난 38년 동안 ASF에 적을 두고 100편이 넘는 역할로 무대에 올랐다. 많은 배우들이 이곳에 잠시 머물다 떠났지만 그녀는 후배육성에 열심이었고 작품을 감독해서 무대에 올리는 등 바쁘게 활동했다.
내가 멕스웰부대에 발령받아 와서 제일 기뻤던 것은 ASF를 발견한 것이었다. 퇴근후나 주말에 연극장에서 자원봉사 하면서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많이 사귀었다. 배우도 분장을 지우고 무대의상을 벗으면 나와 같이 웃고 우는 평범한 사람이다. 더러 연극장 안과 밖에서 개별적인 교류를 나누었는데 그레타도 그중 한사람이다. 성격이 서글서글하고 온 얼굴에 웃음기를 가진 그녀와 편안하게 사람살이 나누고 밥도 같이 먹었다.
ASF는 12월이면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무대에 올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았다. 아이들과 어른 수십명의 배우들이 무대위를 누비며 크리스마스 영혼을 전하던 것을 재작년에는 그레타가 혼자서 완벽하게 공연했다. 혼자여도 무대를 꽉 채웠던 대단한 열연이었다. 어떤 작품이나, 그것이 셰익스피어 작품이거나 남부 작품이거나 예리하게 내용을 파악하고 적절한 연기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레타는 중년에 샌 루이스 연극장에서 만났고 뉴욕에서 활약하던 연극배우 로드니 클락과 사랑에 빠졌다. 그가 “To Kill a Mockingbird” 배역을 맡아 ASF에서 공연한 후 두 사람은 결혼했다. 중후한 두 배우는 ASF 무대에서 다양한 삶을 보여줬고 앨라배미안들은 열렬히 그들이 소개한 스토리를 사랑했다. 연극은 삶의 반영이다. 남의 스토리가 나의 스토리와 어울려서 추는 한판 춤판이다.
앨라배마 주지사와 몽고메리 시장 등 많은 사람들이 그레타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그녀가 몽고메리와 앨라배마 문화계에 끼친 영향은 대단하다. 내 가슴에도 정겨운 그녀의 오만가지 얼굴이 담겨있다. 관객들과 다정하게 어울리며 연극문화를 소개하고 지역사회 봉사에 열성인 이들 부부가 알콩달콩 재밌게 노후를 건강하게 살며 가끔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특출한 재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