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미국 곳곳에서 차량 절도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지난해 전국적으로 발생한 차량 도난 피해가 100만 건을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카고 트리뷴은 9일 보험 사기·차량 절도 범죄 대응을 전문으로 하는 비영리조직 ‘NICB'(National Insurance Crime Bureau)가 전날 공개한 최신 자료를 인용, 지난해 미 전역에서 발생한 차량 절도 사건이 전년 대비 7% 증가하며 2008년 이후 처음으로 100만 건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시카고의 경우 해당 범죄가 전년 대비 55%나 폭증하며 전미 최고치를 기록했다.
NICB가 분석에 활용한 전미범죄정보센터(NCIC) 데이터에 따르면 주(州)별 차량절도 사건의 절대 발생 건수는 캘리포니아주가 20만2천685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텍사스(10만5천15건), 워싱턴(4만6천939건), 플로리다(4만5천973건), 콜로라도(4만2천237건), 일리노이(3만8천649건), 오하이오(2만9천913건), 미주리(2만9천345건), 뉴욕(2만8천292건), 조지아(2만6천529건)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증가율로 따지면 일리노이주가 35%로 가장 높고 워싱턴(31%), 뉴욕(23%)주가 그 뒤를 이었다.
차량 절도 범죄 최다 10개주. NICB 웹사이트 캡처.
NICB 최고경영자(CEO) 겸 사장 데이비드 글로위는 “시카고 대도시권의 차량절도 범죄 실태가 일리노이주 범죄율 급등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시카고 경찰에 접수된 차량도난 피해 신고는 2021년 1만3천856건에서 지난해 2만1천516건으로 늘었다.
이 통계는 운전자를 위협하고 강제로 차를 빼앗는 ‘카재킹’에서부터 운전자 없는 차량을 몰래 타고 달아나는 범죄까지 모두를 포함한다고 글로위는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고 중고차와 자동차 부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차량 절도 범죄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글로위는 “중고차 수요가 높은 반면 공급은 아직 부족하다”며 “차량 부품을 찾아 나서는 이들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례로 자동차 촉매변환기 절도 사건은 지난 3년새 1천200%나 증가했다. 촉매변환기는 백금·로듐·팔라듐 등 값비싼 자재로 만들어져 암시장에 가져다 팔면 수백·수천 달러를 챙길 수 있다”며 “범죄 조직이 차량을 훔친 뒤 분해해 부품을 각각 내다 팔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셜미디어 트렌드가 차량절도 범죄를 부추기기도 했다”면서 지난해 이모빌라이저(도난방지시스템)가 없는 현대·기아차를 열쇠 없이 시동을 걸 수 있는 방법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면서 현대·기아차가 절도 범죄의 집중 목표물이 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현대·기아차 절도 챌린지가 확산하기 전 시카고 일대에서 도난 피해가 가장 많았던 차종은 혼다·도요타·포드·셰비 픽업트럭이었다.
글로위는 “현대·기아차는 2021년 시카고에서 도난당한 차량의 약 8%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 29%로 늘었다”면서 하지만 두 브랜드 모두 취약점을 보완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