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일자리가 두 달 연속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증가세를 보였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노동시장 과열과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우려해 3월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직후에 통화정책의 고삐를 더 조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지표가 나온 것이다.
그러나 실업률은 다소 올라가고 근로자 임금 상승 속도는 느려졌다는 결과도 함께 나와 연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 노동부는 2월 비농업 일자리가 31만1천 개 증가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2만5천 개)를 상회하는 수치다.
전문가 예상치를 3배 가까이 상회했던 1월 증가폭 50만4천 개(51만7천 개에서 하향조정)보다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시장의 기대를 훌쩍 넘어선 수준이다.
레저·접객업에서만 10만5천 개의 일자리가 늘어났고, 이 중 7만 개는 식음료 서비스업에서 창출됐다. 아직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레저·접객업은 미국 고용시장 ‘미스매치’의 진원지다.
그 밖에 소매업(5만 개), 정부 공공직(4만6천 개), 전문사무서비스업(4만5천 개) 등에서 큰 폭의 일자리 증가세를 나타냈다.
여기까지만 보면 연준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성향이 강화할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지만, 다른 지표들은 혼조 양상을 보였다.
2월 실업률이 3.6%로 54년 만의 최저치였던 전월(3.4%)보다 다소 상승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3.4%)를 상회해 노동시장 둔화 조짐이 나타났다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왔다.
특히 시간당 평균 임금이 전월보다 0.2%, 전년 동월보다 4.6% 각각 증가해 모두 시장 전망치(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4.8%)를 하회했다는 데 투자자들은 주목했다.
전월 대비 임금 상승률은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연준이 노동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근로자 임금에 상방 압력을 가해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도 임금 상승 속도가 느려졌다면 연준이 과도한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관측도 있다.
시장은 이런 기대에 베팅하는 분위기다.
노동부의 2월 고용상황 보고서가 나온 직후 미 국채 금리는 0.2%포인트 가까이 급락했고, 뉴욕증시의 3대 지수도 개장 전 시간외 거래에서 상승 내지 강보합으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