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계·심혈관계 질환 유발
농산물보다 수산물에 중금속 많아
차 티백은 3분 이내로 우려내야
현대인의 일상 도처엔 건강을 위협하는 다양한 유해 물질이 존재한다. 생활 곳곳에 숨어 있는 ‘중금속’이 대표적이다. 중금속이 체내에 과도하게 쌓이면 중금속 중독을 일으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흔히 중금속 중독은 특정 직업병으로 여겨졌지만, 일상에서 저농도로 장기간 노출되는 일반인에게도 중금속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일상 속 중금속 중독의 위험성과 함께 이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알아본다.
중금속은 비중이 4 이상인 무거운 금속 원소를 말한다. 중금속이라고 모두 인체에 유해한 것은 아니다. 중금속 중에서도 칼슘·철·아연 등은 신체 기능 유지를 위해 필요한 영양소로 꼽힌다. 사람에게 유해한 중금속은 납·카드뮴·수은·비소 등이다. 산업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납은 일상생활에서 가장 쉽게 접하는 유해 중금속이다.
통조림 캔이나 장난감 등을 통해서도 노출된다. 카드뮴은 페인트·배터리·도금 제품을 통해 노출되는 경우가 흔하다. 수은은 방부제·염색약·생선 등에 많이 들어 있고, 비소는 농약·염료 등 오염된 토양에서 재배된 식품을 통해 주로 신체에 흡수된다.
납·카드뮴·수은·비소 인체에 유해
이처럼 유해 중금속은 다양한 경로로 우리 몸속에 침투한다. 다행히 체내 중금속의 상당수는 땀·소변·대변 등으로 배출된다. 하지만 일부는 뼈·간·신장에 잔류해 만성 중독 증상을 유발한다.
중금속 종류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지만, 흔히 구토·설사·복통 등 가벼운 소화기계 증상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는 피로·두통·감각 둔화·행동 장애·마비 증상 등으로 이어지며 피부·심혈관계 질환을 야기할 수도 있다. 특히 임신부의 경우 조산과 기형아 출산 위험이 커지고 신생아의 신경 발달 저해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이렇듯 중금속 중독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체내 중금속 배출에 대한 관심도 높다. 여기에는 다양한 오해와 진실이 존재한다.
첫째는 킬레이션 주사 요법이다. 킬레이션 주사 요법은 중금속을 해독하는 대표적인 치료법으로 꼽힌다. EDTA(합성 아미노산)를 정맥주사로 맞고, 약물이 노폐물을 흡착해 소변으로 내보내는 식으로 치료가 이뤄진다.
킬레이션 주사 요법이 체내 중금속 배출을 돕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보편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긴 어렵다. 킬레이션 주사 요법이 필요한 경우는 일부이고, 대부분은 생활습관 개선으로 호전될 수 있다. 체내 중금속 수치가 높아 킬레이션 치료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경우 반드시 필수영양소를 보충해 줘야 한다. 킬레이션 주사를 맞으면 유해 중금속뿐 아니라 칼슘·아연 같은 영양 금속도 소변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이다.
생선 내장 부위 가급적 섭취 피해야
둘째는 식품 섭취에 대한 오해다. 우리가 자주 먹는 식품에는 대부분 중금속이 존재한다. 특히 수산물 속 중금속 함량이 농산물보다 많은 편이다. 그중에서도 생선의 내장 부위는 중금속이 가장 잘 쌓이는 곳이다. 따라서 생선을 섭취할 땐 내장을 제거하고 먹는 것이 안전하다. 임신·수유기 여성의 경우 일반 어류 섭취를 일주일에 400g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
반면에 다시마·미역 등 해조류는 중금속의 체내 흡수를 막고 배출을 돕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운송 및 가공 과정에서 중금속이 검출되는 경우를 배제할 순 없다. 중금속은 섭취를 안 할 수만 있다면 안 하는 게 최선이다.
마지막으로 조리법에 대한 오해다. 조리법에 따라 가공식품 속 중금속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면류는 물에 충분히 삶되 남은 면수는 사용하지 않고 버리는 게 안전하다.
녹차와 홍차 등 차(茶)를 마실 땐 주의할 필요가 있다. 티백을 뜨거운 물에 오래 담가둘수록 중금속의 양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티백 형태의 녹차와 홍차는 섭씨 98도에서 2분간 우릴 경우 카드뮴이 14.3% 스며들고, 10분간 담가두면 21.4%나 침출된다.
카테킨·비타민C 등 차에 든 생리활성 물질은 섭씨 90도의 물에서 2~3분 안에 충분히 우러나온다. 따라서 차를 우릴 땐 티백을 3분 이내에 꺼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움말=이성범 순천향대부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명준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