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 SVB 파산 사태는 지난 1년간 급격하게 기준금리를 인상한 연준에 경고 신호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40년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연준의 지상과제였지만, 연준의 또 다른 존재 이유는 미국의 금융시스템 안정이라는 것이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미국 금리 분야 대표 수바드라 라자파는 “현재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선 금리를 올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라며 “다만 그럴 경우 금융 시스템의 약점이 노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지금껏 금리 인상으로 충격을 받은 다른 미국 은행의 현실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자파 대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대처와 금융 시스템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정책을 고수할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증폭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일단 시장에선 연준이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융 시스템 안정이라는 목표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당초 시장은 연준이 이번 달 FOMC에서 ‘빅스텝'(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것)을 밟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SVB 파산 이후엔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의미하는 ‘베이비 스텝’을 유지하면서 숨을 고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이번 달 회의 때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이날 오전 8시30분 기준으로 89.3%에 달해 0.5%포인트 인상 확률 10.7%를 크게 앞섰다.
골드만삭스는 한 걸음 더 나가 연준이 이번 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긴축 기조는 유지하겠지만, 이번 달에는 일단 숨을 고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당초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던 골드만삭스는 전망치를 변경한 이유에 대해 “향후 경제의 불확실성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