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사양 장착도 한몫
# C씨는 포드 익스플로러 SUV 가속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딜러를 찾았다. 딜러는 문제를 찾아내기 위한 검사에만 거의 1400달러가 든다고 했다. 일주일 후 딜러는 엔진 고장이며 팬데믹 공급난으로 부품가격이 올라 수리비가 추가로 1만 달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게다가 포드는 엔진 고장 원인이 C씨의 유지관리 부실과 관련 있다며 워런티 적용이 안 된다고 통보했다. 수리비 부담으로 망설이던 C씨는 결국 3년 전 중고 구매가의 4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인 8000달러를 받고 딜러에 넘겼다.
최근 1년 사이 자동차 수리비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노동국의 1월 도시 소비자물가지수(CPI-U) 데이터를 인용해 abc뉴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자동차 수리비용은 지난해 23% 이상 급등해 인플레이션율이 전체 물가 상승률의 4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항목별 CPI-U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엔진오일, 냉각수 등 유류제품이 13.6%로 가장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으며 타이어를 제외한 차량용 액세서리와 차량 부품이 각각 12.1%, 10.6%가 뛰었다. 타이어는 6.2%가 올랐다.
이 같은 비용상승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인력난과 부품 부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트레이더의 브라이언 무디 편집장은 “공급망 대란이 차수리 업계에도 바로 영향을 미쳤다. 수리업체들의 재고가 고갈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팬데믹 규제로 생산이 중단되거나 지체됐으며 근로자 이탈에다 적절한 가용인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차수리 전문가들의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어 내년까지 64만2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서비스업체 모닝스타의 자동차산업 분석가 데이비드 위스턴은 “기술자가 부족하다. 예전부터 부족했었지만 팬데믹 이후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매체 애프터마켓 매터스의 조사에 따르면 자동차 수리점도 줄고 있어 2016년에는 차량 수리 공간(car service bay)당 차량수가 225대였으나 2021년에는 246대로 9.3%가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백업카메라, 트래픽 센서 등 첨단 사양이 장착된 차들이 일반적인 수리에도 비용을 추가시키며 수리비 폭등에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형 차량의 경우 접촉사고가 나면 간단히 범퍼만 교환하면 됐으나 신형 차들은 같은 범퍼라 해도 주차 센서, 사각지대 모니터링 센서 등이 내장돼 있어 비용이 추가된다는 것이다.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업체들이 직원들 임금을 올려준 것도 수리비 인상으로 이어졌다. 한 수리업체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직원들을 잡기 위해 시간당 5달러씩을 더 줬다. 초급 기술자의 기본급이 20% 오른 셈이다. 결국 지난해 수리비를 최대 20%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LA지사 박낙희 기자 naki@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