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중소은행 주가 급반등
SVB 사태 일단 진정 분위기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6.0% 올랐다.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치를 받아든 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21~22일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해서다.
14일 노동부는 지난달 미국 CPI가 지난해 2월과 비교해 6.0% 상승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CPI 상승률(6.4%)보다 0.4%포인트 낮아졌다. 전월 대비로는 0.4% 올랐다. 강력한 긴축 정책의 원인이었던 물가 상승 속도가 둔화하면서 연준의 운신 폭이 다소 넓어졌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전문가가 예상한 전년 대비 지난달 CPI 상승률은 6.0%다. 2월 CPI 상승률이 예상에 부합하게 나오면서 시장은 연준의 고강도 긴축 가능성을 낮춰 보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전체적인 데이터의 방향이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타내면 금리 인상 속도를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는데, CPI가 가장 중요한 지표로 꼽혔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6월에 전년 대비 9.1% 오르면서, 41년 만에 최고치(상승률 기준)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영향이다. 하지만 이후 Fed의 금리 인상으로 물가 상승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8개월 연속 상승률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근원CPI’는 1년 전과 비교해 5.5% 상승했다. 올해 1월 근원CPI(5.6%) 상승률과 비교해 0.1%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 12월에 이어 석 달째 전년 대비 근원 CPI가 5%대 상승률에 그쳤다. 근원 CPI란 식료품과 에너지 등 단기적인 가격 변동이 큰 품목을 제외한 장기적인 추세의 물가지수를 나타낸다. 근원 CPI가 내려가고 있다는 건 그간 부풀었던 근원적인 물가 상승 압박이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에선 오는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데다,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의 근본 원인이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이라는 지적이 나와서다. 금리를 더 높이다가 SVB 사태가 다른 은행에서 재연되면 시스템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시카고선물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달 FOMC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가장 많았다.
한발 더 나아가 금리 동결 가능성도 제기된다. 글로벌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SVB 사태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경로에 미치는 불확실성이 광범위하다”며 “연준이 3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을 건너뛸 것”이라고 봤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현재 연 4.75%인 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5.0%로 상향 조정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SVB 파산 사태도 일단 진정되는 분위기다. 연방 당국의 긴급대책에 힘입어 이날 지역은행들의 주가는 지난 한주간의 급락세에서 일제히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 뉴욕 증시에서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주식은 전날보다 49% 뛰어오른 46.50달러 거래됐다. 또 자이언즈 뱅코프, 키코프, 코메리카 등 다른 지역 중소은행들의 주가도 급반등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SVB 사태의 확산이 차단되는 것은 정부가 지난 12일 파산 절차에 들어간 SVB와 시그니처은행 등의 예금 보호 상한선을 넘는 예금도 전액 보증하고, 은행들이 손해를 보지 않고 유동성을 마련할 수 있도록 연준에 새로운 대출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신속히 발표한 영향으로 보인다.
서지원·김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