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초 총기 난사로 미국 사회에 충격을 안겼던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 파크를 찾아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조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 행정명령은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조사 강화와 함께 ‘레드 플래그'(red flag)법에 대한 연방 정부의 지원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레드 플래그법은 위험하다고 판단된 사람의 총기를 일시적으로 압류하는 내용으로, 미국의 19개 주와 워싱턴DC에서 발효 중이다.
아울러 행정명령에는 총기의 안전한 보관을 독려하고, 총기 제조업체가 미성년자를 포함해 총기를 시장에서 어떻게 판매하고 있는지를 연방거래위원회(FTC)로 하여금 분석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 혼란에 빠진 지역사회에 트라우마 상담, 재정적 지원 등 연방정부의 자연재해 대응에 준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백악관은 이번 행정명령의 핵심은 연방 허가를 받은 총기 판매업자가 행정명령을 준수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이런 내용을 모를 수도 있는 이들을 교육함으로써 중범죄자나 가정 폭력범에 총기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신원조회를 확대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명령은 연방정부와 의회가 작년 6월 초당적으로 처리한 총기 규제법인 ‘더 안전한 지역사회법’ 시행에도 총기 난사 사건이 끊이지 않는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미 의회는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으로 총기를 구매하려는 18∼21세의 신원 조회를 위해 미성년 범죄와 기록 제공할 수 있게 하고, 21세 미만 총기 구매자의 정신건강 상태를 당국이 최소 열흘간 검토하는 내용이 담긴 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 법은 지난해 5월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으로 학생 19명과 교사 2명 등 모두 21명이 숨지는 참사 직후 처리됐다.
하지만 의회의 법안 논의 과정에 공격형 소총과 대용량 탄창 판매 금지 등 바이든 대통령이 요구했던 핵심 사항이 빠지면서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강력한 총기 규제 법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지만, 총기 소지 권리를 우선하는 공화당의 반대에 막혀 관련 법에 구멍이 뚫려 있는 상태다.
미국에서는 연간 4만 명 이상이 총기사건으로 숨지지만, 전미총기협회(NRA) 등 이익단체의 지원을 받는 공화당은 헌법상 권리를 내세워 총기 규제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게다가 작년 중간선거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터라 다음 선거까지 최소 2년은 관련 입법이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앞서 지난 1월 몬터레이 파크의 한 댄스 교습소에서는 70대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11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연합뉴스